대구이야기

심후섭 대구시교육청 과장

이정웅 2010. 7. 27. 20:17

"이야기야 말로 가장좋은 교육수단"…심후섭 대구시교육청 과장
 
 
 
이야기 전도사를 자처하는 심후섭 대구시교육청 과장은 이야기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수단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가장 오래된 교육수단이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소박하지만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대구시교육청 심후섭(59)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이야기 전도사’로 통한다. 그에게선 딱딱한 교육 관료의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어쩌다 ‘이야기’가 대화 주제가 되면 눈빛이 달라지고, 목소리는 열정적이 된다.

심 과장은 50여 권의 동화책을 낸 동화작가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후 새벗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동화집 ‘의로운 소 누렁이’와 초·중학생들을 위해 쓴 독서이야기 ‘미끼 없어도 잡을 수 있다는데’ ‘쏟아진 물 되담을 수 없다는데’ ‘만 권을 읽고 만 리를 걸어야 한다는데’ 등 매년 이야기를 묶어 펴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야기가 솟아나는 비결은 뭘까.

그는 주말이면 작은 수첩과 펜을 들고 취재에 나선다. 지난주는 경북 의성을 다녀오고, 이번 주는 팔공산의 마을을 찾아가고, 다음 주는 강원도 산골을 찾아가는 식이다. 이야기가 있을 법한 곳이라면 어디든 차를 멈춘다.

“동네에 큰 기와집이 있다거나, 어귀에 오래된 나무가 서 있다거나 하면 일단 차를 세우고 무작정 동네로 들어갑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막걸리 3, 4통을 내고는 ‘이 마을에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야기보따리가 열리지요.”

경북 상주에 갔을 때는 키우던 소가 자기를 돌봐주던 할머니 무덤을 늘 찾아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낱 미물이지만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이 갸륵했다. 이 이야기는 ‘의로운 소 누렁이’로 탄생했다. 팔공산 돌담마을에서 만난 어떤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를 잃어버린 한 농부가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소를 찾았는데, 도둑이 제 소처럼 우겼다. 그래서 농부는 저 소의 눈이 나쁜데, 어느 쪽 눈인지 맞혀보자고 제안했다. 도둑이 오른쪽이라고 하자, 농부는 아니라고 했고, 왼쪽이라고 하자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부는 ‘저 소는 어느 쪽 눈도 나쁘지 않다’고 해 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순간의 기지가 소를 되찾은 것이다.

심 과장은 이달 초 ‘대구의 인물과 나무’라는 새 책을 펴냈다. 구한말 대구민들의 세금탕감에 앞장섰던 자선가 서침 선생을 기린 달성공원 회화나무,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 앞에 서 있는 성철 스님 나무, 계산성당 마당의 화가 이인성 나무, 동구 신숭겸 장군 유적지 내 왕건 나무 등 이야기가 얽힌 나무가 주인공이다. 스쳐 지나기 쉬운 나무 한 그루마다 얘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심 과장에게 이야기는 가장 특별한 교육이다. 어원사전에는 이야기라는 단어가 입+아구, 이바구, 이와구에서 변천한 것이라고 나와있지만, 그는 이어약(耳於藥·귀로 먹는 약, 또는 利於藥·약보다 귀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야기는 행동의 지침을 삼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교육 수단이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이어준다. 또 모든 예술의 밑바탕이 된다. 이야기에 멜로디를 붙이면 노래가 되고, 색을 붙이면 그림이 된다.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큰 아이들은 계산만 빠르고 정서가 메말라간다. “한 대학에서 아이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TV로 보여줄 때와 직접 책으로 읽어주었을 때를 비교했더니 후자에서 뇌파활동이 월등했더군요. 이야기는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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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7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