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아직도 비 장려품종의 무궁화가 조경지를 잠령하고 있다.

이정웅 2006. 7. 24. 21:08

백단심(위) 홍단심 (아래) 정부에서는 꽃색깔과는 관계없이 홑꽃이며 단심이 있는 것만 나라꽃으로 부르기로 했다.

 

아직도 비 장려 품종의 무궁화가 조경지를

점령하고 있다.



또 다시 광복의 달을 맞는다. 일년 12달 어느 한달 의미가 없는 달이 없지만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성장을 하는 8월은 일제 36년의 질곡의 세월에서 해방된 달이다.

산야는 온통 푸름만으로 넘쳐 꽃이 귀한 이 때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바로 나라꽃 무궁화(無窮花)다. 일본의 사꾸라에 비하여 화려함이 떨어지고, 힘없이 피고 지며. 진딧물이 붙는다 하여 적합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아침에 밝게 활짝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여느 꽃과 달리 진자리가 깨끗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한 여름 어느 꽃보다 화려하게 조경지를 장식하기 때문에 개화시기로 보나, 관상적 가치로 보나, 역사성으로 보나  어느 나라 국화(國花)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각 국이 나라꽃은 지정함에 있어  화려함만이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낙농(酪農) 부국 덴마크의 나라꽃은 클로버이고, 스콧틀랜드의 나라꽃은 엉겅퀴이다. 클로버는 아주 생명력이 강해 두고두고 매도 끝없이 돋아나 잔디밭의 골칫거리이고, 엉겅퀴는 아무리 잘 보아 주려고 해도 예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야생화이자 잎에 가시가 있어 가깝게 하기 어려운 꽃이다. 그럼에도 덴마크와 스콧트랜드 정부가 나라꽃으로 지정한 까닭은 클로버는 덴마크의 황량한 모래밭을 기름지게 해 낙농업을 일으키는데 기여했고, 스콧트랜드의 엉겅퀴는 해적 바이킹이 야음(夜陰) 틈타 상륙하려다가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듣고 바이킹을 물리쳐 나라를 지켜낸 꽃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무궁화는 중국의 고서 <산해경)에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싫어하는 군자(君子)의 나라에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훈화초(薰華草) 즉 무궁화가 가득하다.’ 고하여 오랜 세월을 우리민족과 함께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있던 일제(日帝)가 민족의 정서를 말살하기 위하여 방방곡곡에서 자라나는 무궁화를 없애 버리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해코지 했다.

그러나 남궁억(1863~1939) 같은 애국지사는 무궁화를 통해 나라 사랑정신을 찾으려고 직접 무궁화를 키워 관공서, 학교, 교회. 사회단체 등에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 61년이 되는 지금도 나라꽃으로 바르게 대접을 못 받고 있다. 그 하나는 품위에 걸맞게 독립수(獨立樹)로 키우지 아니하고 여러 그루를 한데 모아서 심거나, 건물의 중심 공간을 벗어나 울타리용으로 심는 것이 그 두 번째요, 정부에서 홑꽃이자 안에 붉은 점이 있는 즉 단심(丹心)계 꽃만 나라꽃으로 권장하고 있는데도 겹꽃이나, 단심이 없는 무궁화를 심는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의 배움터인 학교나, 일반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유원지에 종전에 보급된 비 장려 품종인 겹꽃이나, 단심이 없는 무궁화가 버젓이 심어져 있어 혼란을 부추 키고 있으니 바꾸어 심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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