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이정웅 2006. 7. 27. 13:48


앤드류 마리아가 쓴 책 <마음에 뿌린 씨앗 (성바오로, 1996)>에는 “가시나무새”에 관한 전설이 있다.


‘일생에 단 한번, 지구상의 그 어느 피조물보다 아름답게 우는 새에 관한 전설이 있다. 즉 가시나무새에 관한 전설이다. 그 새는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가시나무를 찾아다니며, 그것을 찾을 때까지는 쉬지 않는다. 그러고는 거친 가지 사이에서 노래를 하며 그지없이 길고 날카로운 가시로 제 몸을 찌른다. 이새는 죽어가면서도 고통을 이기고 날아올라 종달새나 나이팅게일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그 곡조 최상의 노래가 희생의 대가이다. 온 세상이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숨을 죽이고,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도 말없이 웃으신다. 최상의 것은 커다란 고통을 치르고야 이를 수 있기에····’


이 짤막한 이야기는 가시나무새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번 밖에 울지 않을 뿐 아니라, 반드시 가시나무에 앉으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하여 제 몸을 가시에 찌르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마침내 온 세상 사람들을 감탄케 하는 최상의 노래를 부르며 이러한 일은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어떠한 일도 고통 없이는 이루어 낼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그 일이 노래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자기희생 없이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로 생각된다. 그러나 가시나무새는 지구상 어느 곳에 살고 있는지 모르나, 아쉽게도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상록수(常綠樹)인 가시나무는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 부분적으로 자생한다. 온데남부지대인 대구에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심은 것이 경대 사대 부설고등학교 등에 남아있고 1980년대 초 이상희 당시 시장(市長)에 의해 많이 심어져 삭막한 대구의 겨울 풍경을 한결 아름답게 하나 상상의 새인 ‘가시나무새’로 인하여 지나치게 신비화된 것이 매우 놀랍다.

거듭 말해서 찔레나, 아카시아 등에는 가시가 있어도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고 다만 상수리나무와 같이 도토리가 열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