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한개마을
교리댁·북비고택·한주종택…500년전 모습 그대로 성주 한개마을 중요민속마을 지정 예고 | ||||||||
◆"배산임수형의 명당 마을" 한개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으로, 우리 전통마을의 모양새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 뒤에는 주산인 영취산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고, 마을 앞에는 안산인 성산이 영취산과 마주보고 있다. 지금은 물길이 바뀌어 마을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예전 이 마을 앞에는 낙동강의 지류인 백천이 흘렀다고 마을주민들은 말했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 앞에는 강이 흐르고 너른 평야가 있어 생업에 부족함이 없고, 뒤에는 산이 있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을 최고의 명당으로 쳤다. 이런 최고의 명당 마을 중 하나가 한개마을이었다. 경상북도 김상준 관광문화재과장은 "한개마을이 배산임수라는 우리 전통마을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마을 입구와 외곽으로 평민 가옥이 배치돼 있고, 마을 안쪽과 뒷산 쪽으로 올라가면서 양반 가옥들이 들어서는 등 계급형 배치도 우리 전통마을의 원칙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3,300m 돌담길마저 '문화재' 한개마을에는 지정문화재 11개, 비지정문화재 4개 등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들이 즐비하다. 경상북도 지정 민속자료로 교리댁, 북비고택, 한주종택, 월곡댁, 진사댁, 도동댁 등 6개가 있고 하회댁, 극와고택, 첨경재, 삼봉서당은 도지정 문화재자료로, 돌담길은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비지정문화재로는 월봉정, 서륜재, 일관정, 여동서당이 있다. 고택들은 지난 500년 동안의 세월에도 옛 모습을 잃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조선 후기 이름난 성리학자인 한주 이진상 선생의 성리학 연구터전으로 유명한 한주종택 내 한주정사는 배치의 특이함 때문에 학자들로부터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대개 건물 앞쪽에 연못을 두지만 이곳은 옆에 연못이 들어섰다. 게다가 연못도 곡할 곡자(哭)를 연상한다고 해서 당시 기피했던 사각형 모양의 연못 두 개가 이어져 있었다. 또 건물 뒤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는 등 한국형 정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최은희·김진규 주연의 영화 '성춘양뎐'을 비롯해 전설의 고향 등 숱한 TV사극 드라마의 단골 세트장이 된 곳이다.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이었던 돈재 이석문 선생이 사도세자를 잊지 않기 위해 평생을 은거했다는 북비고택도 남쪽이 아닌 북쪽에 사립문을 냈고, 대문에 문지방이 없는 등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어 학자들의 연구거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전적·교지 등 중요한 민속자료들을 보관해 놓은 사당도 많았다. 후손들은 "민속자료들이 정말 많았는데 10여 년 전에 두 차례에 걸쳐 도둑이 들어 잘 간직하고 있던 민속자료들을 많이 잃어버리는 바람에 조상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고택보다도 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샅길이었다. 이곳 고샅길의 담장은 흙과 돌을 섞어서 쌓은 죽담이다. 황토흙 사이사이에 크기, 색깔, 모양이 제각각인 자연석을 군데군데 박아놓았다. 언뜻 무질서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대적 감각으로는 감히 흉내조차 어려울 만큼 멋스럽고 자연미가 넘쳤다. 때문에 정부는 3천300m나 이어지는 이 돌담길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다만 마을길이 콘크리트로 덮이고 초가집 지붕이 볏짚 대신 슬레이트로 변했거나 돌담이 현대식으로 바뀐 것들은 옥에 티였다. 성주군 박재범 관광문화재담당은 "농경사회 최적의 삶터였던 한개마을이 그동안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현대식으로 많이 변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중요민속마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300억 원의 국·도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이 사업비로 옛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