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민주화보상위는 법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정웅
2009. 3. 6. 22:18
전여옥 의원이 의사당 내에서 폭력을 당한 사건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놀라운 일은 바로 전 의원이 문제 삼은 민주화관련자보상위의 몇몇 결정이다. 민주화보상위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
절 제정된 민주화운동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추진하는 법률에 의하여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인데, 희생된 민주화 인사를 찾아내 명예를 회복시키고 보상을 하는 등 그 공이 작지 않다. 그러나 위원회의 결정 중에는 헌법과 법률에 배치되는 듯한 것이 종종 눈에 띈다. 이번에 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동의대 사태도 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동의대 사태는 1989년 학교의 입시부정에 항의하면서 농성하던 학생들이 경찰관 5명을 감금하자 이를 구출하려던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을 숨지게 하고 10여명에게 중화상을 입힌 사건이다. 민주화보상위는 지난 2002년 동의대 사태의 주동자를 포함하여 46명을 민주화운동자라고 결정했다.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져 사망하게 한 행위가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공무 중 순직한 경찰관은 졸지에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사실, 민주화보상위가 내린 결정 중에는 동의대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 적지 않다. 가장 최근에 결정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이 대표적이다. 민주화보상위는 작년 12월 사노맹의 핵심간부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의하면, 사노맹은 무장봉기로 대한민국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명백하게 밝혔고, 나아가 조직원들에게 군사훈련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핵심간부들의 진술과 증거에 의하여 밝혀졌다. 그래서 1992년 대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라고 인정되어 간부들에게 무기징역 등의 중형이 선고된 사건이다. 그 핵심간부들은 재판정에서 당당하게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하여 폭력혁명을 기도했다고 밝혔고, 그 흔한 고문이나 조작의 논란도 없었다.
그런데 민주화보상위는 사노맹 관계자들이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였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넓게 본다 하더라도 헌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헌정질서를 확립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공산혁명의 길을 선택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국가와 헌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판결과 배치되는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법체계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행위로 평가된 데 대하여 일개 행정청에 불과한 민주화보상위가 민주화운동이라고 결정함으로써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는 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법원의 판결은 최종적 판단이므로 행정·입법 등 모든 국가기관이 이에 구속된다. 행정부 소속 일개 위원회에 불과한 민주화보상위의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정은 삼권분립의 원리에 배치된다.
그동안 민주화보상위의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논란이 많았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동의대 사태의 유족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된 것은 그 때문이다. 그 해결책으로 전여옥 의원이 현행 30일인 직권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원회가 재심을 기각할 경우에는 대책이 없기도 하거니와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국민이 다툴 방법은 여전히 없는 것이다. 행정소송법상의 민중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위헌·위법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일반 국민이 재심을 청구하고, 기각당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민중소송제도를 도입하면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법원의 최종판단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대한 재심 추진을 두고 좌파 정권 10년에 대한 부정이라고 정파적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념이나 정권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여·야나 좌우이념을 달리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일에는 다를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이 바뀌어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결정이 방치되어서도 물론 안 된다.
- ▲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동의대 사태는 1989년 학교의 입시부정에 항의하면서 농성하던 학생들이 경찰관 5명을 감금하자 이를 구출하려던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을 숨지게 하고 10여명에게 중화상을 입힌 사건이다. 민주화보상위는 지난 2002년 동의대 사태의 주동자를 포함하여 46명을 민주화운동자라고 결정했다.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져 사망하게 한 행위가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공무 중 순직한 경찰관은 졸지에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사실, 민주화보상위가 내린 결정 중에는 동의대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 적지 않다. 가장 최근에 결정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이 대표적이다. 민주화보상위는 작년 12월 사노맹의 핵심간부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의하면, 사노맹은 무장봉기로 대한민국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명백하게 밝혔고, 나아가 조직원들에게 군사훈련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핵심간부들의 진술과 증거에 의하여 밝혀졌다. 그래서 1992년 대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라고 인정되어 간부들에게 무기징역 등의 중형이 선고된 사건이다. 그 핵심간부들은 재판정에서 당당하게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하여 폭력혁명을 기도했다고 밝혔고, 그 흔한 고문이나 조작의 논란도 없었다.
그런데 민주화보상위는 사노맹 관계자들이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였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넓게 본다 하더라도 헌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헌정질서를 확립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공산혁명의 길을 선택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국가와 헌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판결과 배치되는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법체계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행위로 평가된 데 대하여 일개 행정청에 불과한 민주화보상위가 민주화운동이라고 결정함으로써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는 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법원의 판결은 최종적 판단이므로 행정·입법 등 모든 국가기관이 이에 구속된다. 행정부 소속 일개 위원회에 불과한 민주화보상위의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정은 삼권분립의 원리에 배치된다.
그동안 민주화보상위의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논란이 많았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동의대 사태의 유족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된 것은 그 때문이다. 그 해결책으로 전여옥 의원이 현행 30일인 직권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원회가 재심을 기각할 경우에는 대책이 없기도 하거니와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국민이 다툴 방법은 여전히 없는 것이다. 행정소송법상의 민중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위헌·위법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일반 국민이 재심을 청구하고, 기각당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민중소송제도를 도입하면 위헌적인 결정에 대하여 법원의 최종판단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대한 재심 추진을 두고 좌파 정권 10년에 대한 부정이라고 정파적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념이나 정권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여·야나 좌우이념을 달리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일에는 다를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이 바뀌어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결정이 방치되어서도 물론 안 된다.
입력 : 2009.03.05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