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팔자
대구를 팔자 | ||||||||||
또 하나의 오해와 편견은 대구에 섬유 말고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섬유 하나에만 매달렸던 도시가 첨단의료를 감당할 능력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어이없고 씁쓸한 얘기다. 서울을 빼고 최고라는 의료 인프라는 ‘우리끼리’ 자랑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대구에 의과대학이 몇인지 병`의원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도통 모른다는 사실인 것이다. 평소 대구 관심이 어떠한지 짐작하고 남을 슬픈 현실이다. 김 시장은 이 같은 무지(無知)들에 갑갑했다지만 오래전부터 ‘우물 안 대구’에 서글픔을 느끼는 시민이 적잖다. 지난해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를 서울 대학로에 가지고 올라가 성공을 거둔 이상원 씨 얘기다. “앙코르 공연에 필요한 배우 오디션을 서울에서 실시했다. 지원자가 몰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80여 명이 대상이었다. 내친김에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대구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대구에 와 본 적은’ ‘대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가지를 질문했다. 돌아온 대답은 대구가 몇십 년 동안 유령도시이거나 섬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사과가 많잖아요’ ‘덥잖아요’ ‘분지라서 공기가 안 좋다는데’ ‘지하철은 괜찮은가요’ 이게 대답의 전부였다. 대구 방문은 대부분 없거나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어느 잡지에 이런 경험을 쓴 이씨는 “대구에서 귀가 따갑게 들어온 ‘교육과 문화의 도시’라는 구호가 허공에 날리는 전단지처럼 추락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어느 중소도시가 어디 붙었는지 희미한 경우가 많다. 그 짝으로 대구 자체를 모른다. 서울에 유학 간 아이들이 “대구가 부산 밑이냐고 묻는 대학 친구들이 있다”고 할 정도다. 한때 3대 도시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열을 올려봤자 ‘그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그만큼 타지 사람들한테 매력을 못 끄는 도시라는 방증일 것이다. 그들을 탓할 게 아니다. 전적으로 대구 자신의 잘못이다. 소통에 소홀하고 대구를 알리는 데 무심한 결과다. 도시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돈을 퍼붓는 시대다. 가만히 앉아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때는 지나갔다. 흘러간 왕년의 추억에만 젖어있다가는 살벌한 도시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지금 구미는 대기업들 연구 기능이 떠나고 있고 삼성전자는 R&D센터를 착공식만 하고 치워버렸다. 서울에서 구미에 발령 내면 그날로 사표를 쓴다고 한다. 대구 R&D 전진기지라는 DGIST는 얼마나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지방 근무를 꺼리는 풍조 때문이겠지만 ‘대구의 가치’를 모르는 점도 원인일 것이다. 얼마든지 자녀 교육을 해결하고 문화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이 지역 수준을 간과한 데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증상들이다. 기를 쓰고 대구를 알려야겠다. 첨단의료단지처럼 죽기살기로 달라붙어야 한다. 각계각층, 시민 하나하나가 홍보대사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구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불어넣는 시민교육 시민운동이 일어나야겠다. 그런 다음 대구 하면 사람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백방으로 ‘대구 브랜드’ 판매에 나서야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부터 젊은이들이 몰려있는 대학 캠퍼스까지 전광판이든 대학신문이든 대구를 알릴 아이디어라면 총동원해야겠다. 전국에 깔린 향토 출신 네트워크만 활성화해도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우리끼리 주고받는 대구 자랑은 이불 쓰고 만세 부르는 격이다. 남이 알아주어야 한다. 첨단의료단지 앞날도 전적으로 여기에 달렸다. 2011년 이벤트 또한 마찬가지다. 金成奎 논설주간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