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100리 금호강 숲길

이정웅 2009. 10. 8. 16:54

100리 금호강 숲길
좋은 숲은 사람에게 가장 은혜로운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멋진 숲에 가면 숲을 가꾼 선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전남 담양에 가면 관방제림(官防堤林)이 있다. 담양읍을 감돌아 흐르는 담양천(영산강 상류)의 남쪽 둑에 조성된 숲이다. 관방제림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역인 담양읍 남산리에서 객사리까지 1.34㎞의 숲길이 특히 멋지다. 200~400년 된 활엽 노거수(老巨樹)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밑둥치 둘레가 5m나 되는 나무들도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관방제림은 주민의 휴식처로 사랑받음은 물론 전국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관방제림은 1648년 담양 부사가 수해 방지 등을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고, 1854년에 부사가 다시 제방을 보수하고 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고를 들여 제방을 만들었기에 '관방제'란 이름을 얻게 되었고, 숲 이름도 1980년 '관방제림'으로 정했다. 당시 심은 노거수(천연기념물 177그루)는 가장 많은 푸조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 모두 활엽수다. 제방숲은 당초 5㎞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2㎞ 정도다. 담양군이 1980년의 대대적인 보수와 정비에 이어 최근 숲 주변에 조각공원, 체육시설, 정자 등을 조성하면서 본격적인 주민 레저·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수백년 전에 선조들이 좋은 나무를
심어 가꾼 덕분이다. 숲 조성은 이렇게 값진 일이다. 북한강 남이섬이 별 볼일 없던 곳에서 지금은 해마다 2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명소로 탈바꿈한 것도 40~50여년전 심은 나무들이 멋진 숲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 소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자작나무, 벚나무 등 숲길이 보배가 되고 있다.

대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금호강을 보며, 좋은 자연자원을 제대로 가꾸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곤 했다. 금호강 생태하천조성사업이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모양이다. 대구시역을 통과하는 41.4㎞ 전 구간을 대상으로 준설작업과 함께 강주변 녹지·친수공간이 조성된다. 동촌유원지는 특히 500여억원을 들여 대구 금호강의 대표적 수변유원지로 변모될 예정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프로젝트로 금호강이 모든 도시가 부러워할 명소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 강변에 나무를 충분히 심을 것을 주문하고 싶다. 반드시 100리(40㎞) 전 구간에 걸쳐 멋진 숲길을 만들고 곳곳에 다양한 숲을 조성하면 좋겠다. 그래서 수십·수백년 후 후손들이 사계절 최고의 풍광을 선사하는 한국의 대표적 숲길이 된 '100리 금호강 숲길'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신천·금호강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무숲이 부족하면 애써 만든 산책길이나 여러가지 시설도 제대로 이용될 수가 없다.
2009-10-08 08:09:5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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