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과거사위원회의 진상을 밝혀라

이정웅 2008. 10. 13. 21:41

[시론] 과거사위원회의 진상을 밝혀라
세금낭비·업무부실 의혹없나
동일 사건에 결론 다른 경우도
정승윤 부산대 법대 교수·변호사

▲ 정승윤 부산대 법대 교수
대한민국 헌법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1948년 7월 17일 최초로 헌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존속한 규정이다. 무릇 '국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세금을 쓰는 공무원은 사사로이 개인적,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좀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국민적 합의의 표현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고를 자기 곳간보다 더욱 소중히 취급해야 할 헌법적 의무와, 반드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실현해야 할 책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세금은 국민전체에 충분하고 만족스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국정 영역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용서와 화합이란 미명 아래 '과거사 진상규명'이라는 과거 영역에 막대한 세금을 투여하였다. 출범 초부터 과거사는 역사적 진실에 관한 문제로서 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라는 비판, 위원회 구성의 편파성으로 인하여 위원회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 등으로 소란스러웠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과거사 위원회이기 때문에 다른 정부기관보다 더욱더 최소 인력으로, 최소 기간으로, 최소 비용으로 누구나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최대의 업무 실적을 거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과거사 위원회가 거꾸로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하지 않는 짓을 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은 첫째, 인건비를 늘리는 행태이다. 14개의 위원회도 모자라서 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숫자와 인건비를 왜 늘리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둘째, 동일한 사건을 중첩적으로 조사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론까지 상이하게 내리는 행태이다. 같은 과거사위원회끼리 서로 달려들어 조사하고 서로 달리 결론 내리는 형국이니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셋째,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같은 지역을 비슷한 시기에 수천만원씩 들여 출장다니는 행태이다. 무슨 중요한 자료가 그렇게 해외에 많이 있는지, 국내에서는 과연 접근할 수 없는 자료인지, 외국 기념관 참관, 국제학술행사 참가가 과거사 진실규명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넷째, 위원회 존속기간을 연장하는 행태이다. 임시로 설치된 위원회라면 기간 내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 많은 돈과 인원을 사용하면서 무슨 그렇게 중차대하고 어려운 일이 많아 마무리하지 못하고 기간을 연장하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이처럼 납득되지 않는 행태에 비추어 보면 과연 과거사위원회가 지금까지 진상규명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사위원회가 객관적이고 적정한 자료를 수집하였는지, 그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운영비로 적정하게 사용하였는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국민 통합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의 세금이 과거사 진상규명을 빙자한 그들만의 잔칫상에 사용된 것은 아닌지 과거사위원회를 불신과 의혹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 과거사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으로 2062억원이 책정됐다고 한다. 정부는 우선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 해소를 위해서 과거사위원회가 국민들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즉시 조사하고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불신 해소와 미래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나아가 과거사위원회의 대폭적인 정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입력 : 2008.10.13 03:26 / 수정 : 2008.10.13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