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용산 참사, 누가 유죄인가?

이정웅 2009. 1. 30. 11:22

[기고] 용산 참사, 누가 유죄인가?
수배 중인 사람이 어찌 정당대표와 간담회를…
김구섭·한국국방연구원 원장

▲ 김구섭·한국국방연구원 원장
지난 용산 참사는 설을 앞둔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사건원인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국민위임을 받아 공무를 수행하는 일과 법·질서가 허용하는 정당한 기준을 넘어서는 불법폭력 시위를 등가적으로 보는 가치혼돈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혼돈은 사회적 분별력이 없을 때 발생한다. 사건 직후에 경찰은 시위 때 사용한 화염병·염산·시너·골프공과 새총·쇠파이프 등을 공개했다. 용산 참사의 원인은 화재였다. 그 화재를 촉발하는 촉매는 화염병이었고, 시너였음은 초등학생도 안다. 다만 경찰이 시위대들이 가지고 있던 위험물과 행동에 치밀하게 대비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 그러나 경찰의 미숙한 대응과 참사의 본질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한민국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고, 대의제(代議制)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민주적 기본질서하에 세워졌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토를 수호하는 군(軍)이나, 각종 불법행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과 같은 공권력은 대한민국 운영의 기본 원리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의 불법·폭력 시위에서는 이러한 질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주도하는 일부 인사들은 마치 민주주의의 수호자이거나 저항권이라도 보유한 양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평화와 인권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장한 채 정부에 대항하는 폭력을 조장하고 있을 뿐이다. 주목할 것은 불법·폭력시위의 대상이 매우 폭넓다는 것이다. 때로는 철거민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때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서, 경찰력에 대한 저항에 머무르지 않고 군부대 시설을 훼손하고, 심지어는 장병들에게 폭력을 가한 사례가 이어져 왔다.

대한민국이 보다 성숙한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법·폭력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불법행위에 단호하지 못한 정부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내용을 구성하는 법치주의를 뿌리내릴 수 없다. 세계사는 법치주의의 확립 없이는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서구의 많은 선진 국가들이 불법·폭력시위에 엄격히 대처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위문화에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거두어야 한다. 사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불법·폭력 시위를 동정하곤 하는데, 그것은 이러한 시위들이 표방하는 자주권 확립이나 빈곤층 보호와 같은 대의명분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동자들은 금번 용산 참사에서도 철거민들의 어려운 환경을 부각시키며 동정론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황 악화를 선동하는 배후 조직과 폭력 시위로 인해 발생하는 선량한 피해의 실체를 널리 알려야 한다. 동시에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철거 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절차적 대안을 강화함으로써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국민적 관용을 종식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다음으로는 공권력의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진압기준을 공개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꾸준한 검거활동도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수배 중이었다는 전철연 의장이 금번 참사 후 합동분향소에 나타나 일부 정당대표와 간담회까지 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기 한량이 없으나 금번 참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시위문화 확립의 전환점이 된다면 그 희생은 헛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입력 : 2009.01.28 22:34 / 수정 : 2009.01.28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