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正二品松' 또 수술대 오른다

이정웅 2009. 2. 3. 21:12

'正二品松' 또 수술대 오른다
 썩은 큰가지·밑동 주변 복토층 제거
수세약화로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를 잃고 좌우대칭이 망가진 속리산 정이품송. 이 나무의 기력을 되살리기 위해 대수술이 이뤄진다. 연합뉴스
수세약화로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를 잃고 좌우대칭이 망가진 속리산 정이품송. 이 나무의 기력을 되살리기 위해 대수술이 이뤄진다. 연합뉴스
수세약화로 고사위기에 처한 충북 보은군 속리산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이 기력회복을 위해 또다시 대수술을 받는다.

2일 보은군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 2억5천만원을 들여 정이품송의 썩은 동북쪽 큰 가지(지름 25㎝) 줄기를 제거하고 뿌리성장에 지장을 주는 밑동 주변 복토층도 제거할 방침이다.

제거될 줄기는 1993년 강풍에 부러진 뒤 꺾인 부위를 잘라내고 방부처리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작년 정밀진단 결과 목질부가 썩어 몸통까지 번질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수술에서는 그동안 폭설과 강풍에 부러졌거나 말라죽은 7~8개의 가지를 정밀 조사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빗물 등이 스며들지 않도록 방부처리한 뒤 인공수피를 씌우는 수술도 병행된다.

또 뿌리 생장을 막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도로쪽 복토층 제거도 함께 이뤄진다.

이 복토층은 1974년 속리산 진입도로 확장·포장 때 인근 도로와 높이를 맞추기 위해 채워진 것으로
뿌리와 근경부(根莖部·뿌리와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 부패의 원인으로 지적돼 7년 전 두께 50㎝가량이 제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전체 복토층이 제거되지 않아 아직도 10~30㎝ 두께의 불필요한 흙이 덮여 있으며 이 흙이 뿌리 생장과 호흡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보은군 정유훈 학예연구사(36)는 "잔뿌리가 지표면까지 올라오도록 뿌리 부분을 덮고 있는 복토층을 모조리 제거하고 소나무 방풍림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날씨가 풀리면 곧바로 공사에 나서는 한편 솔잎혹파리 등 병충해 방제작업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조 7대 임금인 세조(1455∼1468년) 행차시 어가(御駕)행렬이 무사히 통과토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이 나무(높이 16m, 가슴높이 둘레 4.7m)는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투병했으며, 93년 이후 4차례 강풍과 폭설 피해를 봐 4개의 큰 가지 중 3개를 잃었다.

연합뉴스

2009-02-03 07:21:1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