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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작곡 '동무생각'의 무대가 현재 대구 동산의료원 언덕으로 밝혀진 가운데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동산의료원 의료박물관을 찾아 '청라언덕' 노래비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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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한국인들의 애창 가곡인 ‘동무생각’의 무대가 대구 동산병원 내 ‘동산’인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동산에 노래비를 세우는 등 이 일대를 문화유산화하려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1~1986년)이 작곡한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는데, 이 ‘청라’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지칭한다는 것. 동국대 이혁우(56·대구가톨릭음악인협회장) 음대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대구 중구문화원(원장 김덕영)과 함께 여러 차례 현장답사와 출장 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고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무생각’이 청년 박태준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1911~1916년 계성학교에 다녔던 박태준은 늘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지나던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는데, 이 짝사랑이 작곡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산은 그가 현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이 한 송이 흰 백합처럼 절세 미인이었지만 박태준 선생은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고, 그녀는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그가 마산 창신학교 교사 시절(1921~23년) 교분을 쌓게 된 노산 이은상이 사연을 듣고 ‘노랫말을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라’고 권유,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이 여고생이 당시 신명여자학교(현 신명고) 학생이냐,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현 경북여고) 학생이냐 하는 논란도 한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공교롭게도 경북여고 교화가 백합이었던 것. 그러나 경북여고 개교(1926년)가 ‘동무생각’ 작곡 시기(1922년)보다 늦기 때문에 신명여자학교가 맞다는 것. 또 당시 박태준 선생의 집과 신명여자학교의 등굣길은 일치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선생은 만년에도 주변 사람들이 이 여고생에 대해 물으면 빙긋이 웃기만 했다”며 “짝사랑이니 연인이니 하는 통속적 말 대신 동무생각이라고 이름 지은 게 오히려 멋있다”고 말했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선황당 못’이라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이 교수는 17일 청라언덕 표지석과 동무생각 노래비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동산 일대를 문화 유산화 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상화, 이인성, 현진건, 현제명 등 대구 출신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간직한 동산을 프랑스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예술과 문학이 흐르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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