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먹는 이유

이정웅 2007. 3. 4. 11:57

 

 

 

 

삼족오 (고구려 벽화)

 

서기 488년 (신라 제 21대 소지왕 10년)왕이 천천장이라는 정자에 행차했다.이 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찾아가소'했다.

왕이 말을 탄 무사에게 명령하여 뒤따르게 했다. 남쪽 피촌(지금의 경주시 남산동 973)에 도착했을 때 돼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무사가 이 장면을 보다가 까마귀가 날아가는 곳을 그만 놓쳐버렸다.어리둥절해 있을 때 한 노인이 못속에서 나오드니 편지를 주는 데 < 뜯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뜯어보지않으면 한 삶이 죽는다.>라고 쓰여 있었다.

무사가 돌아와 왕에게 편지를 보였더니 왕이 말하기를 <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림이 죽는 것이 낫겠다>며 뜯어보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 때 왕을 따라디던 일관이 말하기를 <두 사람은 일반 백성이요 한 사람은 왕입니다.>하였다.

마침내 왕이 편지를 뜯어보니 <사금갑(射琴匣, 거문고 집을 쏘아라)이라고 쓰여 있었다.

궁으로 돌아온 왕이 거문고집을 보고 활을 쏘았다. 그러자 그 거문고집 속에는 궁중에서 수도하는 중과 궁녀가 은밀하게 간통하고 있었다.왕은 두 사람을 잡아 처형했다.

이 일로부터 신라 왕실에서는 왕의 목숨을 구하는 데 기여한 동물인 돼지, 쥐, 말을 위해 매년 첫 돼지날, 첫쥐의날 , 첫 말의 날에는 모든 일에 조심하고 근신하는 풍습이 생겼다.

특히, 왕의 목숨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까마귀에 대해서는 정월 대보름 날이면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최근까지도 왕을 살려준 까마귀가 먹으라고 나무에 찰밥을 던져 거는 풍습이 있었다.

편지가 나온 서출지(書出池)는 이런 연유로 지어진 이름으로 사적 제138호로 지정되었으며 삼국시대의 연못이다.

지구상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고 인간이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부여되는 띠 동물로도 모두 12종류가 있으나 하필이면 돼지, 쥐, 말 3종이냐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을 뿐 아니라, 비록 띠 동물은 아니지만 그 많은 새중에서 흉조(凶鳥)인 까마귀를 등장시켰을까하여 자료를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 쥐띠 / 정자와 난자의 결합
 
  첫째 띠는 쥐이며, 이것을 자(子)라 한다. 시간은 야밤에 속하는데,
  자정에서  다음날  밝은 태양 빛이 어둠 속에서 잉태되는 시점이다.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에도 해당한다.
 
  방위는  정북쪽이고, 겨울의 음기(陰氣) 속에 만물을 탄생시킬 일점
  의  양기(陽氣)가 불씨처럼 점화된다. 그러므로 자식을 의미하는 ‘
  자(子)’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현지우현(玄之又玄)이
  다. 아득하고 아득하여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는 어둠에서 현묘하게
  양기(陽氣)가  시생(始生; 비로소 시작됨)하여 음기(陰氣)와 화합해
  서 만물의 씨앗을 잉태한 창조의 모습이며, 소우주인 인간은 여성의
  자궁  속에  정자가 난자와 결합해서 아이를 배는 것과 같은 현상이
  다.
 
  자의 마음은 고요한 본성을 깨고 인연을 찾아가기 위한 욕망의 그림
  자가 요동하는 찰나에 해당된다.
 
  따라서  깊이 감추어진 속마음이 나타나지는 않으나 종잡을 수 없는
  잡념에 시달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남의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
  뜻한 인정을 그리워한다.
 
  또  생명을  키워나가려는 강한 집념이 도사리고 있고, 그만큼 색욕
  (色慾)도  들끓는다.  색욕은 음·양의 결합으로 만물을 생산하려는
  욕망의 기질이 끊임없이 육신을 자극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야밤에 활동하며 수시로 색을 즐기고 부지런히 새끼를
  낳는  짐승은  아마도 쥐가 으뜸일 것이다. 그래서 자(子)를 쥐띠라
  하였거니와,  생산의 원기(元氣)가 가장 많이 흐르기에 사람도 색을
  밝히고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체질인 것이다.
 
  특히  사주팔자  속에 쥐와 유사한 색욕의 짐승인 토끼나 닭이 함께
  있으면 더욱 분명하게 색기(色氣)가 나타난다. 그로 인해 생식기 병
  을 앓거나 지나친 성욕 때문에 가정 불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쥐의 기질을 육신의 만족을 위한 동물적 습성으로만 한정시
  킬  수  없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연혜이만물지종(淵兮以萬物之
  宗)이라  하였듯이, 자(子)는 생산의 원신(元神)으로 지극한 사랑을
  근본으로  만물을  탄생시킨 ‘신의 집’과 같은 신령스러운 기질을
  바탕으로 한다.
 
  불교의  위대한 신(神) 관세음보살이 사람의 몸에 쥐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몸은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의미하고 쥐 머리는
  색욕을 상징한 것이다.
 
  이런  형상으로 관세음보살이 자시(子時)에 중생을 두루 살펴본다는
  것도 야밤에 색을 즐기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교훈적 의미가 있
  다.
 
  ‘동의보감’에서  허준 선생이 “어둠이 가장 짙은 그믐날 성 관계
  를 맺으면 신장을 상하고 불효한 자식을 낳는다”고 말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그런데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 있으니, 위대한 성자 원효대사가
  자시(子時)에  수행을 깊이 하면 반드시 쥐로 둔갑한 마구니가 나타
  나거나,  쥐가  아닌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은 쥐의
  화신(化身)으로 수련자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야밤에  쥐의 정령이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만물을 잉태한 음·양의 화합 기운이 색기의 음
  산한 속성을 머금고 땅으로 하강하기에, 그리고 그것은 쥐의 형상이
  될 수밖에 없는 기질이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는지?
  
 ◆ 말띠 / 부와 지배를 상징
 
  일곱째 띠는 말이며, 오(午)라 한다. 중천에 태양이 높이 솟아 대지
  에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에 해당되는 오는 정남쪽 방위에 위치하고
  음력 5월,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을 의미한다.
 
  꽃은  시들어 떨어졌으나 짙게 푸른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장년이 된 인간은 부지런히 축재하고 사회적 명성을 쌓아온 결과 마
  치  말 위에 높이 앉은 늠름한 장수처럼 권위와 위엄이 드높은 기상
  이다.
 
  그런데  오(午)의  기질은 불꽃 같은 화기(火氣)로 처음 자(子)에서
  잉태된 양기(陽氣)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분기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하지(夏至)가 되는데, 음기와 양기
  가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뜨거운 열기 속을 파고든 음기는 마치 개미가 자기 체중의 수십배나
  되는 먹이를 밀어내는 것처럼, 제자리에 안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
  며 양기를 밀어붙이고 미워한다.
 
  사람의 성질도 이와 같아서, 초라하게 보이기 싫어하는 허세와 움켜
  쥔  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시기하고 의심이 많으며 눈치가 빠르
  다.
 
  또  장년의 나이답게 의젓한 겉모습과는 달리 조급해지고 생각이 얕
  으며 담력도 약해진다.
 
  뿐만  아니라 육신의 쇠퇴기를 맞아 가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왕성한  기상과는 달리 혼자 의기가 소침해져서 큰 일에 겁을 낸다.
  하지만  인생의 열매를 더욱 풍성하고 견고하게 맺기 위해 더 큰 야
  망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말은  인간의 그런 욕심을 상징하며, 청운의 꿈을 이루고 높이 앉아
  자신의  위대성을 뽐내는 교만의 도구이며, 천하를 누비고 정복하여
  군림하려 드는 끝없는 욕망을 상징한다.
 
  힌두교의  인드라(Indra) 신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하
  늘을  날면서 악을 쳐부수고 인간에게 행운을 내려준다는 신화도 있
  거니와, 중국 고대의 지배자인 황제도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 높
  이  앉아 천하를 순시하며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백성들의 안위를 보
  살폈다고 하듯이 말은 치화(治化)의 법도에 귀중한 수단으로 이용되
  었다.
 
  또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의 바탕이었다.
 
  그러므로 말은 음과 양이 교차하는 힘의 대결과 쇠퇴기를 맞아 최고
  의  결실을 맺고자 하는 기상처럼 지치면 바꿔타고 새롭게 비상하려
  는  욕망,  그리고 성역의 확보와 지배 내지 부와 명예 등을 상징하
  고,  인드라 신과 고대의 황제처럼 덕을 베푸는 상징성도 함께 갖는
  다.
 
  여러  짐승 중에서 말은 두뇌가 뛰어나고 염치를 아는 짐승으로, 사
  촌까지 알아보고 성 관계를 맺지 않는 특성이 있다.
 
  성(性)에  대해서는  토끼 묘(卯)에서 충분히 설명했듯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도덕의 하나이며 자연계의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덕목
  의 하나다. 따라서 근친상간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말이 좋은
  본보기가 될 터다.
 
  재미있는  것은 말이 색욕의 동물은 아니지만 성기능이 탁월한 짐승
  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팔자에 오(午)가 있으면 대단한 정력가
  임을 암시한다.
  
◆ 돼지띠 / 번뇌의 집합처
 
  열둘째  띠는 돼지이며, 이것을 해(亥)라 한다. 어두움이 가장 짙은
  밤 9시부터 11시가 돼지띠 시간이며, 방위는 북쪽 첫머리이고, 계절
  은 겨울의 시작이 된다.
 
  모든  생명이 물에서 나왔으므로 큰 바다에 비유되는 해(亥)는 만물
  의 혼(魂)이 빠짐없이 수장되어 있는 태초 이전의 암흑의 세계로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에서 한 개의 양기가 시
  생(始生)해 자(子)가 되고 축(丑)으로 발전해서 인(寅)에서 다시 태
  어나거니와  소우주로 축소된 여성의 오묘하고 순수한 자궁 속과 같
  다.
 
  자궁(子宮)이란 말은 자식을 생산하는 궁궐이란 뜻인데 보통 아기집
  이라고도 하며, 만물의 집합체인 인간을 잉태시키는 신의 집과 같은
  곳이다.
 
  무수한  생명의  혼이 유영하는 음습한 기질의 해(亥)는 무궁무진한
  변화의  기운이 흐르므로 유달리 번뇌가 많고 사회생활에 변동이 많
  다.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 갇힌 혼이기 때문에 한번 우울증에 빠지면 광
  적인  행동도 불사하며, 이런 기질 때문에 도사와 기인이 많이 나온
  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기질이 혼잡된 암흑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성(神
  性)을 오염시키는 중생심이 가득하다는 의미도 있다.
 
  짐승들은 제각기 생긴 생김새와 성품대로 치우친 장(臟)기능을 가지
  고 있고 그 기능대로 특정한 음식을 먹어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나 돼지만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습성이 있다. 이
  는 인간의 잡식성과 다르지 않은데,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에게는 돼지와 같은 생명의 기운이 많이 흐르
  고 있다는 것을 증거한다.
 
  다만  사람은 처음부터 오장육부가 편협되지 않고 고루 갖추어져 있
  으나,  돼지는 먹고 소화시키는 기능만 발달해 있을 뿐 하늘을 향한
  머리와  어디든 갈 수 있는 두 발과 마음껏 조화를 부릴 수 있는 두
  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먹지 못할 것이 없는 그 습성 하나에서
  모든  생명의  기질을 다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온갖
  잡기를  잡아먹는 심판자로서, 또 중생심을 다스리는 마음의 하나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풍습  중에 아직도 건재한 고사(告祀) 의식(儀式)에서 제물의
  주인공이  바로 돼지란 사실을 곰곰 생각해보면 잡귀를 물리치고 소
  원을 성취시켜주는 영험한 짐승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돼지란 ‘되어지다’의 준말이라 해석할 수 있다. 즉 만물이
  해(亥)에서 되어져서 자(子) 축(丑) 인(寅)으로 탄생되고 사람의 일
  에서는  방해꾼을  물리치고 원하는 것을 ‘되어지게’ 한다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그  외 돼지는 본래 검은색이므로 어두움과 죽음의 세계를 뜻하기도
  하고 중생의 기질을 다 갖추고 있으므로 인간을 대신하는 속죄의 제
  물(祭物)로도 인식되었다

 

그러나 까마귀는 북유럽이나, 아시아 유목 민족에게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신의 사자로 여겼으니 5세기 농업이 일반화 되지 아니한데 비해 유목민의 정신은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볼 수 있는 신라인들은 길조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발이 세개 달린 삼족오(三足烏)가 고구려의 상징이었음에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