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

이정웅 2008. 4. 14. 21:26
[수암칼럼]親李, 親朴이 아닌 ‘親民’을…
 
 
 
정치권력은 모닥불을 대하듯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너무 집착하거나 가까이 다가가면 火傷(화상)을 입기 쉽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凍傷(동상)에 걸릴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손에 쥔 권력의 모닥불을 계속 꺼지지 않게 불씨를 유지해 가려면 끊임없이 나뭇가지가 공급돼야 한다. 여기서 나뭇가지란 곧 民心(민심)이다. 백성의 마음과 신뢰가 나뭇가지처럼 모아져 계속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활활 타던 모닥불도 어느새 사그라져 식은 재만 남게 된다. 그래서 권력을 쥔 자는 마치 모닥불을 지피듯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으면서 불씨가 계속 살아있도록 민심과 통하고 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親民(친민)의 치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10년 만에 얻어낸, 어떻게 보면 거저 줍다시피 한 권력을 손에 넣은 한나라당이 대선 총선이 다 끝나고도 親李(친이)와 親朴(친박)의 다툼에 빠져 친민의 정신은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다. 화상을 입더라도 서로 모닥불에 한치라도 더 가깝게 다가앉아 부지깽이를 제 손에 쥐어보려는 권력다툼의 불꽃을 튀기고 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오직 집권당의 모든 정치적 지향점을 정권교체에서 주문한 경제와 민생 그리고 좌파 종식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맞춰져 있다. 앞으로 펼쳐갈 모든 정치적 목표와 가치를 李도 朴도 아닌 民에 맞추라는 친민의 정신이다.

솔직히 지난 대선과 총선은 이명박이란 개인적 지도자나 박근혜라는 자연인을 보고 표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李`朴이 없었다면 계속 좌파정권을 이어주거나 李`朴이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으로서의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좌파종식이라는 국민적 총의와 절박한 시점, 막다른 갱도 막장 끝에 그들이 서있었을 뿐이다. 그곳에 李나 朴이 아닌 그 누가 서있었어도 민심은 그 누군가를 선택했을 것이고 정권은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한나라당의 친이 친박 개념은 노론 소론 남인 북인 같은 퇴행적이고 허깨비 같은 계파놀음일 뿐인 것이다.

더구나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도 政治(정치)가 아닌 征治(정치)를 하려 들고 있다. 어떠한 정치적 변수에도 안전하고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려면 한 명의 적이라도 더 끌어안는 ‘政治’가 필요함에도 불평하고 반대하는 상대는 적으로 몰아붙이고 復黨(복당) 불허라는 응징으로 맞서는 ‘征治’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권을 만들어 내준 민심의 뜻은 힘 있고 안정적인 여당으로서 아무런 제한속도 없이 경제 살리기에 맘껏 질주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 민심을 뒤엎듯 뽑아준 국회의원도 친이 친박으로 갈라 쪼개고 따돌려 버리는 親民 아닌 背民(배민)의 征治로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모닥불을 지필 것인가.

한나라당이 성공된 정권이 되기 위해서는 속칭 친박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부터 무조건적으로 즉시 받아들여야 옳다. 받아들인다는 정도가 아니라 찾아가서 손목 끌고 모셔와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에 남은 계파는 오직 친민 계파뿐이라는 정신으로 뭉쳐야 산다.

정치를 민심의 눈높이에 따라 올리지 못하면 아무리 모세 같은 지도자라 큰소리쳐도 홍해는 결코 갈라지지 않는다.

李든 朴이든 스스로 제 계파를 깨고 친민을 선언해야 한다. 두목들이 입으로는 大義(대의)를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부하들을 다독거리고 있으면 친민정신은 온데간데없어지게 되고 친민정신이 나오지 않으면 한나라당 모닥불은 5년도 되기 전에 반드시 시나브로 꺼지고 만다.

어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쟁자는 외국지도자라 했다. 옳은 말이나 齊家(제가)후 治國(치국) 平天下(평천하)라 했다. 집안 당내 갈등도 화합 못 시키고 무슨 德(덕)으로 해외로 나가 평천하를 할 것인가. 가슴에 꼼수가 끼어들면 큰 지혜가 품어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친민의 정신으로 화합의 길을 가라.

金 廷 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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