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정웅 2009. 4. 1. 20:11

▲ 이한우 사람들 팀장
민주주의가 위기란다. 주로 좌파 진영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이들은 언론관련법 개정부터 촛불시위 수사, MBC 'PD수첩' 수사, YTN 노조위원장 구속, 박연차 관련 야당 의원들의 사법처리 등이 모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하기 위한 '음모'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엄살이요, 과장이다.

지난 26일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씨는 한 대학 특강에서 "이명박 정부가 법률로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 이는 독재자 부활의 첫 징조다"라면서 민주주의 위기론을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언론악법저지와 언론자유수호특별위원장' 천정배 의원도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MBC 'PD수첩' 수사와 관련해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저항과 항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유는 압수수색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 독립성과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MBC 'PD수첩' 수사나 YTN 노조위원장 구속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솔직히 불편하다. 물론 MBC PD들이 정당했다는 뜻도 아니고 YTN 노조위원장이 잘했다는 뜻도 아니다. 언론인도 범법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그 강도(强度)가 과연 지금처럼 강해야 하는 것인지를 두고서 현재 수사당국이 보여주는 조치에 흔쾌히 동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까지 '오버'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유시민 전 장관처럼 '독재자 부활' 운운하고 천 의원 식으로 '국민의 저항과 항쟁' 운운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좌파들은 늘 성역(聖域)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MBC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MBC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고 해서 왜 국민들이 저항과 항쟁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문제가 있으면 당국에 나가서 조사를 받으면 그만 아닌가? 천 의원의 그런 주장도 '오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유 전 장관이나 천 의원과 같은 생각이 그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요즘 좌파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은 입을 모아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 18일 좌파 지식인들이 주최한 학술대회의 주제가 아예 '이명박 정부와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 아닌가? 민주주의가 실종되게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들의 불법행위를 경찰이 잡아내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 자체는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이미 미국에서도 종이신문들이 없어지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국가 지원을 통해서라도 신문들을 살리려는 노력이 있다. 그 또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학계의 대표적인 좌파로 꼽히는 서강대 손호철 교수(정치학)는 30일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라고 물었다.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08년 촛불이 허위에 기반을 둔 좌파 언론인과 사회운동가들의 선동 한 판임을 다수 국민이 뒤늦게나마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 신세가 돼버린 좌파의 거짓말에 누가 더 속아 넘어가겠는가? 아마 당분간은 진실을 이야기해도 잘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건 누구 탓할 것 없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잘 들여다보면 민주주의가 아니라 선동의 위기다. '그 많던 촛불들이 정말로 사라진 것이라면' 그것은 국민이 더 이상 선동에 흔들리지 않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다. 진정 좌파들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왜 허위와 선동이 먹혀들지 않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할 듯하다. 그것이 한국 좌파가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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