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사설] 불(佛), "얼굴 가리고 시위하면 범칙금 265만원 물리겠다

이정웅 2009. 6. 23. 21:08

[사설] 불(佛), "얼굴 가리고 시위하면 범칙금 265만원 물리겠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0일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하면서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총리령(令)을 발표했다. 프랑스 총리령은 법률과 효력이 같다.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대 1500유로(265만원)의 범칙금을 물리고, 1년 안에 또 위반하면 그 두 배를 물린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월 수천 명의 반(反)나토 시위대가 두건이나 마스크를 쓴 채 눈만 내놓고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폭력시위를 벌이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랑스에선 카쇠르(casseur·파괴자)라고 불리는 복면 시위대가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피우는 일이 잦았는데, 폭력시위가 도를 넘자 법으로 엄벌하기로 한 것이다.

독일도 시위대가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복면시위를 하자 1989년 집시법을 고쳐 시위 현장에서 복면만 써도 형사처벌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2년 복면시위엔 행정·금전적 제재를 하고 복면시위자가 무장(武裝)을 하면 형사처벌을 한다. 1999년 미국 뉴욕주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이 흰색 옷에 두건을 쓴 복장으로 집회를 하려 하자 금지시켰고, 이것이 소송으로 번졌지만 연방법원도 "복면을 쓰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작년 촛불시위 때 서울 도심을 무법(無法)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대부분 복면시위대였다. 이들은 경찰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아대고 염산이 든 드링크제 병을 던졌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붙잡아 집단폭행하고 경찰 버스 수백 대에 줄을 매달고 당겨 전복시키고 불태웠다. 지난 5월 촛불 1주년 시위 때도 복면시위대는 불을 붙인 해충제거용 약제통을 연막탄처럼 경찰 쪽에 던져 시야를 가린 뒤 보도블록 조각을 던져댔다. 붉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민노총 시위대도 끝이 갈라진 죽창으로 전경들을 마구 찔러 100여명을 부상시켰다.

시위에 나선 사람이 복면을 쓰는 이유는 경찰에 적발될 부담 없이 맘껏 폭력과 불법을 저질러 보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과 좌파 단체들은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복면 착용 금지 조항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반대했다. 프랑스나 독일이 복면시위를 처벌하고 미국이 복면시위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이들 나라가 집회·시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거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복면 쓴 과격 시위대의 시위의 자유보다는 다수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복면시위 허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반대로 복면 과격 시위대에게 다수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을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상암경기장 같은 좋은 공간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서울광장을 그 것도 불법으로 하려는지 이해가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