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산자락을 둘러 걷는 ‘자락길’이 생긴다. 지리산에 개설 중인 ‘둘레길’이나 전라북도가 추진 중인 ‘에움길’ 등과 유사하고, 제주도서 인기를 얻는 ‘올레길’과 일맥상통하는 ‘마실길’의 성격도 가진 숲길이다.
대구시청은 16일 대구 앞산에 산 둘레를 감아 걷는 숲길을 만들기로 결정, 노선 설정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내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가꿔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락길’로 이름 붙여진 이 길은 정상을 오르내리는 대부분의 등산로와 달리 앞산순환로에서 산쪽으로 50~150m 떨어진 지점들을 평평하게 이어 걷도록 구상됐다. 등산이 힘든 시민들도 큰 부담 없이 접근해 무리하지 않고 삼림욕을 겸해 산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설정된 노선은 앞산 서남편 달비골 산책로에서 출발해 임휴사 아래쪽, 골패골 승마장 남쪽, 매자골 황룡사 남쪽, 무당골 궁도장 남쪽, 안지랑골, 남부도서관 및 충혼탑 남편 등을 거쳐 큰골을 감아 돌며, 이어 강당골 체육공원로를 통한 뒤 고산골 안으로 들어갔다가 산줄기를 넘어 장암사를 거쳐 용두골까지 이어지는 15㎞이다.
그러나 시청은 대부분 구간에서 이미 나 있는 길들의 연결성을 높여 주는 정도의 작업만 가해 추가 산림 훼손 없이 길을 설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달비골·큰골·고산골 등에서는 앞서 인위적으로 닦아둔 접근로를 그대로 편입시키고, 상인동 등 다른 구간에서는 자연스레 발달해 있는 자락길을 활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예산을 배정해 자락길 노선 안내표지를 곳곳에 세우고 산 가꾸기 작업을 해 주변 환경을 대폭 고급화할 방침이다.
시청은 자락길을 육성하면 마구 생겨나는 샛길로 인해 초래되는 산림 훼손을 막을 수 있고, 개인 묘지 등이 등산객에 의해 피해를 입는 일도 줄일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대구시청은 이번 앞산 건을 시범 삼아 내년에는 욱수골·진밭골 등 수성구 대덕산과 서구 와룡산 등에도 각각 12㎞ 및 9㎞의 자락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거리 도보길은 이미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상당수 개설돼 있으며, 국내서는 근년 들어 산림청이 ‘숲길’, 환경부가 ‘생태탐방로’ 등 이름으로 개설을 촉진하고 있다.
박종봉 편집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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