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건원릉 萬山을 굽어보는 조선왕조의 뿌리 | ||||||||||||||||
조선 초기의 명묘(名墓)들엔 유난히 무학대사(無學大師)와 연관된 곳이 많다. 풍수지리에 밝았던 무학대사가 자리를 잡아줬다고 전해지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풍수학계에서는 대부분 그의 이름을 위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원릉도 무학대사가 잡아준 터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설화가 전한다. 망우리(忘憂里) 지명에 얽힌 얘기다. 태조가 일찍이 무학과 함께 사후(死後) 자기가 묻힐 곳을 찾아다니다 이곳을 발견한다.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에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면서 태조는 자신의 신후지지(身後之地, 자신이 묻힐 곳으로 미리 정해 놓은 곳)에 대단히 만족했는데, 그로 인해 근심 하나를 덜었다 해서 그 고개를 망우리라 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역사자료 등으로 살펴보면 신빙성은 다소 떨어진다. ◆고향땅 함흥의 억새로 봉분 조성 또 하나는 당시 왕자의 난과 관련이 크다. 태조는 먼저 세상을 떠난 계비(繼妃) 신덕왕후의 유택이 있는 정릉(貞陵, 지금의 서울 영국대사관 자리. 후에 서울시 성북구 현재의 정릉으로 옮김)에 자신의 수릉(壽陵, 임금이 생전에 미리 자기가 묻힐 자리로 정한 곳, 곧 신후지지)을 정했다 한다. 하지만 신덕왕후와 알력이 컸던 태종이 훼손해 그곳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다시 태조가 함흥 고향땅에 묻히길 원했지만 그것마저 능행(陵幸) 등 이런저런 관계로 여의치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이곳에다 능을 조성하고 함흥의 흙과 그곳에서 자라는 억새로 봉분을 덮었다는 얘기다. 이곳 건원릉은 명나라 사신이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땅’이라 할 정도로 빼어난 산세에 감탄한 곳이기도 하다. 건원릉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가히 압권이다. 뭇 산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형상이다. 뚜렷한 안산이 구비되었다면 더 좋았을 법도 하다. 겹겹이 둘러싼 백호에 비해 청룡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청룡은 장자손을 뜻하고 백호는 차자손 및 여식을 의미한다. 주위의 산세에서 특별한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라 하겠다. 뒤쪽의 과협(過峽, 내려오던 산줄기가 주산을 만들어 다시 일어나려 할 때 안장처럼 잘록하게 된 부분)도 확실하다. 잘록하게 묶였다가 기운을 내뿜으며 단단한 입수처를 형성한다. 뒤이어 솟구치는 비룡(飛龍)의 기세도 더할 나위 없다. 단단하고 두툼한 입수처는 지기(地氣)를 단단하게 결속하며 저장한다. 다만 과협처의 느릿한 진행이나 너무 길다는 흠은 말할 수 있겠다. 과협이 길면 그 중간에 힘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한 법인데 이 부분이 좀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건원릉은 5백년 조선왕조의 뿌리답게 그 위풍당당함이 저절로 위압감을 느끼게 만든다.
◆正祖에 내몰린 英祖 능도 인근에 영조의 능인 원릉(元陵)은 건원릉의 서쪽 자락에 있다. 영조는 뒤주속에서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아버지요, 정조의 할아버지다. 원릉에도 사연이 있다. 원래 영조의 수릉은 지금의 홍릉(弘陵, 영조의 비 정성왕후의 능)이지만 사후 손자인 정조가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찍이 효종왕릉이 천장해 간 자리에다 할아버지를 밀어 넣었다. 한스럽게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광해군에게 죽임을 당한 영창대군의 어머니인 선조의 계비 인목왕후의 능도 건원릉 동쪽 자락에 위치하고, 삼촌에게 왕위를 뺏기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단종의 어머니인 문종 비 현덕왕후의 능도 들머리에 있다. 그러고 보면 동구릉은 한이 많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명리·풍수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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