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집시법 실종… 누가 야간질서 지켜주나

이정웅 2010. 7. 2. 22:43

 집시법 실종… 누가 야간질서 지켜주나

  • 이관희 경찰대 교수 前 한국헌법학회장
이관희 경찰대 교수 前 한국헌법학회장
헌법재판소가 작년 9월 24일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6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대립으로 법이 처리되지 못해 결국 우려했던 대로 '법 공백' 상태가 현실화됐다. 이로써 검찰은 해당 법조항 위반자 1157명에 대한 공소 취소가 불가피해졌고 법원도 이미 처벌받은 자들의 재심 청구 등 복잡한 법률문제를 떠안게 됐다.

앞으로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더라도 집시법 개정안 재논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야간 집회에 대한 당국의 규제 수단이 사라지게 됐다. 뜻하지 않게 시민·인권단체 일각에서 제안했던 '야간 집회 시범 운영'을 하게 된 셈이다.

경찰청이 1998~2009년에 열린 집회·시위 13만9967건을 분석해보니 낮 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된 경우는 0.46%인 데 비해 야간 집회는 6.21%로 13배나 많았다고 한다. 야간 집회는 도심을 툭하면 무법천지로 만들어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 상인들은 시위가 일반시민이나 관광객들의 발목을 붙잡아 매출이 줄어든다고 반발한다. 경찰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경찰에 따르면 야간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 병력은 건당 평균 7.33개 중대(1중대는 80명)꼴이다. 낮시간의 2.38개 중대보다 3배가량 많아 야간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최소한 30%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는 지금까지 집시법 개정에 현격한 견해차만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몰 후, 일출 전의 야간에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된 규정을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까지 금지하는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은 야간 옥외 집회 금지 규정을 원칙적으로 삭제하고 '주거지역, 학교, 군사시설 주변'만 예외적으로 '밤 12시~오전 6시'까지 금지하는 개정안을 냈다. 양당의 개정안은 단지 '오후 10시'와 '오후 12시'의 차이가 아니라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차이여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이다. 그것은 야간 집회 제한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바람에 사실상 집회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밤 10시 이후에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고, 24시간 허용 의견은 20%에 그친다. 그러니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인지 자명하다. 실제
미국의 일부 주(州)나 도시, 프랑스·중국·러시아에서도 야간 집회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 금지 규정이 없는 것은 시민들의 안정적 일상생활로 밤 10시 이후의 집회는 특별히 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동계의 타임오프제 등에 따른 파업, G20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이다. 이달에 이미 신고된 집회만도 3000여건이 넘는다. 집시법 개정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야간 질서 공백을 과연 누가 어떻게 메워줄 수 있겠는가.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시의에 맞는 입법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