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최근 등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대구시 북구 함지산은 높이가 288m로 대구 칠곡지역을 대표하는 산이다.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가깝게는 금호강이, 멀리는 대구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산이다.
이러한 지형적인 조건은 고장을 지키는데도 유용해 4~5세기에 성을 쌓으니 이른 바 팔거산성(八莒山城, 대구시 기념물 제6호)이 그것이다.
산록에는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379기의 고분(古墳)이 있어 대구 칠곡지역이 당시 우수한 문화를 가진 큰 세력이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고 숲이 울창해 삼림욕을 하기에도 알맞은 산이다.
또한 희귀식물인 가침박달과 환경부가 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 솔붓꽃도 자생하고 있다.
조야동에서 바라본 함지산(가운데 봉우리)
지도에는 함지산(函芝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대다수 대구 시민들은 반티를 엎어 놓은 것 같다하여 ‘반티산’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노곡동사람들은 관니산(冠尼山), 일제강점기의 측량기점에는 관야산(觀野山)으로도 표기되어있다.
그러나 옛 지도 중 가장 정밀하다는 김정호의 동여도(東與圖, 1861년)에는 독모산(獨母山)으로 그려 놓았다. 이런 산 이름의 혼란은 어휘의 부적절한 사용, 지적 공무원의 착오, 주민들의 애향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관니산이나 관야산을 제외하고 왜 함지산이냐 하는 문제와 지금 표현하는 한자 이름이 맞느냐,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풀어보고자 한다.
솔붓꽃
함지산(函芝山)이라는 표현은 ‘반티’를 ‘함(函)’으로 잘 못 이해하고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다.
즉 뚜껑이 없으며 주로 엿을 담거나 묵을 담아 장바닥에 놓고 팔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던 ‘반티’를 뚜껑이 있으며 주로 혼인 할 때 신랑 측에서 채단(采緞: 치마저고리 감)과 혼서지(婚書紙)를 넣어 신부 측에 보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사각형의 함(函)으로 인식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 아래 그림과 같이 반티와 함은 모양과 용도가 전혀 다르다.
반티
함
아쉬운 것은 경상도 사투리인 ‘반티’라는 말이 사전에 없는데 있다. 따라서 사전에 있는 말을 택해서 산 이름을 한자화(漢字化) 하다가 보다보니 ‘함의 산’ 즉 함지산으로 표기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오류가 있으니 그렇다면 어조사 ‘지(之)’자를 써서 함지산(函之山)으로 해야 바른 표현인데 그것마저 지초 ‘지(芝)’자를 써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동여도(1861)
거듭 이야기하면 함지산은 반티산을 억지로 한자화하면서 그것마저도 가운데에 어조사 지(之) 자가 아니고 지초 지(芝) 자를 써서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함지산은 기왕에 틀린 이름이다. 하지만 구태여 그대로 쓰기를 고집 한다면 ‘함지산(函之山)’이라고 하는 것이 맞고, 오래 동안 불어오던 시민 정서를 감안한다면 순수한 우리말인 ‘반티산’ 맞으며 역사적으로는 동여도에 등장하는 ‘독모산(獨母山)’이 맞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주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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