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이중섭이 1955년 대구시 북구 태전동 소설가 최태응의 샛방에서 함께 기거하며 집앞 연못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이중섭이 태전동에서 그린 그림 한 점
국민화가 이중섭은 그의 3번째 그림전시회를 열기 위해 1955년 3, 14일 대구로 내려왔다. 주로 향촌동에 있는 경복여관(지금은 없어짐)에 머물면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했다. 겨우 몇 점만 팔렸을 뿐이었다. 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외상으로 판 그림 값을 받기 위해 귀경하는 것을 늦추고 숙소와 가까운 백록다방에서 담배갑 속의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감상실 녹향에서 보내거나 때로는 왜관에 있는 시인 구상 선생 집을 다녀가거나 아니면 태전동에 있는 소설가 최태응의 집에서 보냈다.
그는 두 곳을 왕래하며 가끔 그림도 그렸다. 특히, 왜관에서는 “구상네가족들” “낙동강 풍경” “성당부근” 등 몇 점의 작품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2016년 최태응의 차녀 은철씨가 조선일보(7월 4일)와 인터뷰에서 이중섭에 대해 “우리 아버지(최태응)가 사다 준 그림물감을 가지고 동네 연못가에서 그림을 그리시던 모습 등이 제겐 모두 소중한 추억”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전동에서 그린 작품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태응의 딸 은철씨가 말하는“동네 연못”은 현재 두성파크아파트 일대라는 것이 필자가 만나본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 그림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쓴 글을 불로그에 올렸더니 어떤 분으로부터 바로 이 그림일 것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림의 연못 위에는 연꽃이 피어 있고, 바로 앞은 매천동 쪽의 탁 트인 하늘이고, 왼쪽 숲은 대구병원 쪽의 이매산 자락이며, 오른쪽은 나무는 당시 못가의 미루나무이다. 동네 어른들 역시 대체로 맞는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이견이 있다. 국민화가 이중섭이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북구 태전동에 살았다는 것은 태전동의 자랑거리이자 동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하물며 지역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까지 있다면 그 자랑은 배가 될 것이다.
특히, 대구 중구의 김광석거리가 증명해 주듯이 콘텐츠를 잘 개발한다면 주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이중섭 연구가는 물론 지역 주민, 미술가들의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종군작가로 대구에 피란(避亂)와 있던 소설가 최태응이 태전동에 거주한 데에는 그의 부인 김경애 여사가 매천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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