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팔공산에 '옛날식 제철소' 생겼다

이정웅 2008. 10. 24. 20:48

팔공산에 '옛날식 제철소' 생겼다
영남대 권병탁 명예교수 "우리 문화 우수성 알릴 것"
대구=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지난 18일 대구 동구 덕곡동에서 열린 가마터 재현식에서 권병탁 명예교수 등이 제를 올리는 모습.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대구 팔공산에 작은 종합제철소가 만들어졌다.

대구 동구 덕곡동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송광매(松光梅)기념관.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퇴직한 권병탁(80) 명예교수가 4년 전 지은 건물로 내부의 길쌈방, 도자기방 등엔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유물 760여점이 전시돼 있다.

최근 건물 옆 330여㎡(100여평) 남짓한 공간에 철광석을 녹이는 것부터 시작해 철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한번에 보여주는 제철(製鐵)시설이 만들어졌다. 철광석을 고온에 가열해 녹이는 쇠부리(용광로)가마 1기와 액체 상태의 쇠를 특정 형태로 만들기 위한 무질부리(주물)가마 1기, 굴뚝이 쇠를 다루는 신(神)으로 알려진 시우씨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큰 대장간 등의 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지난 4개월간 황토 50t과 내화석 100t, 시멘트 150포가 사용됐으며 복권기금 지원사업으로 따낸 1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4000여만원의 돈이 들어갔다. 권 교수는 "일제 식민지 당시 일본인들이 '너희 민족은 철을 만들지 못하는 원시민족이다'고 가르쳤는데 훗날 대학에 가보니 모두 거짓말 이었다"며 "그때부터 우리도 철을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후 권씨는 한국의 전통 공업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경북 등지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가마터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이번에 만들어진 가마터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 조상들도 가마솥·호미·칼 등과 같은 철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연구해온 한 노(老)교수의 집념이 오롯이 묻어나는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에 만들어진 가마터는 철을 만드는 것에 직접 사용되지는 않지만 시민들을 위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이용될 계획이다. 권병탁 명예교수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의 우수성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