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곤 논설위원
전국 각지에서 행해지는 정월대보름 행사 가운데 영주시 순흥면에서 발굴, 전승되고 있는 초군청 축제는 관심을 끄는 요소가 많다.
두레에 바탕을 둔 초군청(樵軍廳)은 땔나무를 하는 나무꾼, 즉 민초들의 권익보호와 위상정립을 위해 조직된 순수 농민자치기구라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정신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초군청 풍물놀이에는 독특한 장단과 수소를 희생물로 사용하는 풍습, 재판놀이 등 기존 대보름 축제에는 없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다.
초군청은 조선 말기 실학사상으로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반상(班常)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탐관오리들의 폐해가 높자 김교림(1865~1938) 등이 1900년을 전후해 결성, 토착세력과 관리들의 전횡에 맞서면서 품값 산정 등 자체 미풍양속 유지와 마을번영을 일궈나갔다.
민초들은 순흥면 읍내리에 자체 청(廳)을 두고 당시 관조직인 순흥도호부와 긴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6·25 때를 전후해 잠시 활동이 주춤했지만 결성 초창기부터지금까지 순흥지역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초군청 축제에 수소를 희생(犧牲)으로 사용하는 것은 1457년(세조 3년) 순흥에서 세조의 동생 금성대군(錦城大君)이 주도한 단종복위(端宗復位)운동 및 금성대군 숭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초군청 풍물놀이 장단은 아주 빠른 12마치로 구성되어 있고 각시탈과 소 형상의 탈, 승려의 바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접경지역인 충청도, 강원도와 경상도의 3도(道) 문화, 유불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점도 독특하다.
초군청 재판놀이에는 당시 순흥도호부 부사가 직접 참관하고 인(印)을 내어주는 등 지역 질서회복을 위해 민관이 협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경북도와 문화재 당국은 순흥지역 초군청 축제를 계승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관광자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경북도로서는 초군청 축제를 무형문화재로 지정(指定)하여 북부지역 전통문화의 가치를 한층 드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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