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大邱十景] ⑥북벽의 숲 향기

이정웅 2009. 5. 16. 21:32
[大邱十景] ⑥북벽의 숲 향기
 
 
 
▲ 불로천변 하식애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의 측백수림.
오랜 절벽 향나무 옥으로 만든 창같이 긴데,

바람은 그치지 않아 사시(四時)에 향기 나네.

은근히 다시금 북돋아 기른다면,

맑은 향기 온 고을에 머물게 되리라.  

  ---------서거정의 북벽향림(北壁香林)

 

 

대구시 동구 도동 산 180번지 불로천변 하식애에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는 울창한 측백수림과 측백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온 마을을 감싸는 풍경이 눈에 선하다.

시상을 떠 올리는 주요 매체로는 오랜 절벽 바위(하식애), 측백나무의 향기, 바람, 고을 등이다. 북벽은 지금 향산으로 불리는 작은 산으로, 대구읍지에서는 불교 용어로 판단되는 라가산(羅伽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도동의 측백수림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1호로, 대구 달성의 비슬산 암괴류(천연기념물 제 435호)와 더불어 대구지역에는 두 곳밖에 없는 소중한 천연기념물이다.

절벽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측백수림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우는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의 측백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 252호)와 영양군 영양읍 감천리의 측백수림(천연기념물 제114호)도 있다.

도동의 측백수림은 우리나라 자생수종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측백나무의 남방한계지라는 점에서 자연지리학적으로도 중요해 더더욱 귀하신 몸이다. 수려한 불로천의 하식애와 더불어 향기를 간직하는 측백나무의 조화로움을 서거정 선생은 일찍이 대구십경의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불로천을 따라 상류로 더 올라가면 제법 큼지막한 넓은 분지인 평광동(현재는 도동과 평광동을 합쳐져 도평동으로 불림)이 펼쳐진다. 거기서 다시 산 위로 가까이 가면 공산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도주하던 왕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랑이가 있는 곳이다. 시랑이는 고려 태조 왕건을 나무꾼이 잠시 본 후 나중에 사라진 것을 알고 왕을 잃어버린 곳이라는 의미에서 실왕(失王)이라는 지명이 생겨났으나 경상도 특유의 쉬운 발성법으로 인해 시랑이로 불려지게 되었다. 평광동에는 대구지역 최고(最古) 수령의 사과나무도 있다. 이곳의 재미나는 이야깃거리를 제대로 엮어 좋은 명소로 만들어 봄직하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