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大邱十景] 팔공산에 쌓인 눈

이정웅 2009. 6. 7. 06:39
[大邱十景] 팔공산에 쌓인 눈
 
 
 
팔공산 천 길 높이 우뚝 서 있는데,

쌓인 눈 하늘 가득 이슬처럼 맑구나.

사당 속에 신령이 있음을 알겠나니,

해마다 삼백이 내려 풍년을 기약하네.

          -------서거정의 공령적설(公嶺積雪)

 

 

팔공산과 그곳에 쌓인 눈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시다. 특히 한 해 첫눈에 해당하는 정월의 서설인 삼백(정월 초사일에 내리는 눈)은 풍년까지 기약할 수 있는 눈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시상을 떠올리는 시어로는 팔공산, 눈, 사당과 신령, 풍년 등으로 제3경의 귀수춘운(연귀산의 봄 구름)처럼 풍년을 바라는 기원의 성격이 강하다.

대구의 명산이자 한국의 명산이기도 한 팔공산은 대구분지의  북쪽에서 보기에도 훤한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어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수질도 뛰어나다. 화강암을 구성하는 성분 중 장석이 수질을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팔공산은 해발고도 1,192m로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쪽의 동봉(미타봉)과 서쪽의 서봉(삼성봉)이 균형 잡힌 산세를 보인다. 신라시대 부악(父岳), 중악(中岳) 또는 공산(公山)으로 불렸으며, 특히 중악이라 여겨 중사를 지내던 곳이었다.

팔공산의 어원은 대체로 후삼국의 두 영웅 왕건과 견훤 간의 공산전투 당시 목숨을 다해 왕건을 도왔던 고려의 여덟 공신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으나 명확하지 않다. 팔공산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를 비롯해 파계사, 부인사, 선본사, 은해사, 북지장사 등 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어 불교문화의 산실이다.

최근 대구시가 팔공산의 불교문화를 중심으로 대구의 테마관광지 조성을 계획 중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제대로 된 불교문화 테마 관광단지롤 조성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특성에 맞는 느린 생활 방식에 토대를 둔 슬로 라이프 타운(slow life town) 조성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선(禪)문화, 사찰음식 문화를 비롯해 인근의 전시관, 박물관, 체험관을 연계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후삼국문화역사 체험관 조성도 고려해봄직하다. 왜냐하면 아직 후삼국과 관련한 국내 테마 문화관광단지가 없을뿐더러 팔공산에는 후삼국문화를 대표해줄만한 유·무형의 자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금호강 문화역사생태자원까지 포함하게 되면 팔공산의 후삼국문화를 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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