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邱十景] ⑧노원에서의 송별 | ||||||||||
주막은 수없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네. 양관곡(이별곡)을 부른 후 서로 헤어져 돌아서니, 모래밭에는 두 개의 흰 술병만 나뒹구네. -----서거정의 노원송객(櫓院送客)
노원은 조선시대 대구의 복쪽 관문으로, 영남대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은 금호강에 팔달교가 있어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교량이 없었던 당시에는 팔달진이라는 나루터가 여객이나 화물 수송을 담당했다. 시상을 떠올리는 주요 시어는 관도, 푸른 버들 잎, 주막, 이별 노래, 모래 밭, 흰 술병 등이다. 기승전결 중 기구의 푸른 버들잎과 결구의 흰 술병은 청아한 색조의 조화를 이룬다. 송별을 노래한 시답게 구구절절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특히 관도 일대의 가로수인 버드나무와 주막이 어우러진 모습, 금호강의 흰 백사장이 당시 노원의 생생한 경관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금호강종합개발계획에 담을 수 있다면 대구의 정체성을 살림은 물론 외국의 어느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화생태환경 복원사업이 될 것이다. 영남대로는 조선시대 영남지방과 수도인 한양 간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된 주요 도로로, 오늘날 경부고속도로나 경부 철도와 같은 존재였다.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꿈과 희망의 길인 동시에 수많은 물자를 교역하던 생명의 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별을 노래하던 슬픔의 길이기도 했다. 이처럼 영남의 희로애락을 간직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영남대로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고사하고 알려고 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준비 중인 대구시는 대구의 정체성 확립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요량으로 대구의 문화역사자원 발굴과 생태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신천·금호강 종합개발계획, 대구읍성 복원 등 대구 도심의 문화역사 자원발굴을 통한 도심 관광 활성화 계획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영남의 중심도로인 영남대로가 대구 중심지를 관통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굴하여 알리려고 하거나 보존하려는 계획이 없어 안타깝다. 대구에는 아직도 영남대로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약전골목과 달구벌대로 사이에 위치하는 떡전골목 일대와 현재 대규모 신설 백화점 공사부지에 접한 골목길,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에 인접한 골목 등이 있다. 도심지 영남대로의 발굴은 중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구읍성 복원과 더불어 반드시 추진해야 할 대구의 소중한 문화역사자원이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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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5월 30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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