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邱十景] ⑩침산의 저녁노을 | ||||||||||
푸르런 침산에 맑은 가을빛이 드리우네. 해질녘 바람에 어디서 방아소리 급한고, 사양(斜陽)에 물든 나그네 시름만 더하네. ---------서거정의 침산만조(砧山晩照)
침산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느끼는 나그네의 감흥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는 매우 서정적인 시다. 시상을 띄우는 소재로는 금호강의 물, 침산, 가을, 방아소리, 석양, 나그네의 시름 등으로 다소 외롭게 느껴질 수 있는 시어다. 침산은 생긴 모습이 다듬잇돌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신천이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있어 풍수에서는 수구막이 산이라 판단하여 중요하게 여긴다. 침산은 작은 구릉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명해 이름도 많다. 봉우리가 다섯 개여서 오봉산, 1906년 대구읍성을 허물게 한 장본인인 경북관찰사서리 겸 대구군수 박중양 소유의 땅이라 해서 ‘박작대기산’ 등으로도 불렸다. 조선시대 여귀(제사를 받지 못하는 귀신이나 나쁜 돌림병을 옮기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여제단이 있어 소중한 장소로 인식돼 왔다. 지금의 침산 모습은 극도로 황폐화되어 있다. 선조들이 대구의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로 생각했던 침산이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기까지는 대구시민들의 문화의식 수준도 수준이거니와 지방정부의 문화 마인드가 수준 이하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침산을 관할하는 북구청의 문화 마인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봉우리 5개로 구성된 산 능선마다 공원 수준의 각종 시설물을 비롯해 심지어는 골프연습장까지 설치해 이곳이 옛날에 과연 여제단이 있었던 산이었으며, 대구십경의 하나였을까 할 정도로 의아스럽다. 대구의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정체성마저도 잃지 않을까 두렵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침산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고층빌딩 등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침산에서 바라다보는 낙조는 아직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차제에 제대로 된 보존방안을 마련해 대구의 명소로 만들길 바란다. 대구에는 대구십경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풍광을 가지는 문화지형이 보호대책 없이 방치돼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보존대책을 마련해 제대로 된 대구의 멋을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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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6월 13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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