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문양역과 마천산

이정웅 2009. 10. 1. 21:32

 

 마천산(274.4m)의 원경

 대구지역 봉수대터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달성군에서 잘 정비해 놓은 등산로

 정상이 이곳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상이라는팻말을 설치해 놓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현로와 조형물 마천산의 정상이 산림욕장과 같은 오른쪽임에도 왼쪽 (파란색)으로 잘 못 표시해 놓았다.

 봉수대 안내판 역시 진해 웅천을 부산 동래로 잘못 설명해 놓았다.

 

문양역과 마천산

 

 

지하철 2호선 종점, 문양역(文陽驛)이 대구에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 내고 있다. 첫째는 실버세대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라는 점이고, 둘째는 마천산 등산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즉 무임승차가 가능한 세대의 남녀 어르신들이 주변의 저렴한 식당에서 계모임을 하기 위해서 이용하고, 가벼운 등산을 원하는 시민들이 그리 험하지 않는 마천산을 찾기 위해서 이 역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계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시각에 오는 경우가 많아 미리 온 사람들이 늦게 오는 동료들을 역 밖에서 기다리는데 그늘이 없어 애를 먹고 있으며, 잘 정돈 된 등산로에 비해 표지판에 오류가 더러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달성군이 지역 식당가를 활성화시키고 등산을 하러 온 시민들의 편익을 더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공터에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등산로 곳곳에 설치한 표지판을 정확하게 고치는 일에 조금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하빈 현내리와 다사 이천리를 잇는 이현로도 지역 실정에 맞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었으면 한다.

다사와 하빈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천산(馬川山)은 유서 깊은 산이다. 우선 산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의 연혁을 <삼국사기>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해 고찰해보면 각기 다음과 같다.

 

‘본시 다사지현(多斯只縣, 혹은 답지(沓只)라고도 함)인데 경덕왕이 하빈(河濱)으로 개명하여 지금도 그대로 일컫는다. (지금, 다사읍 및 하빈면)’

 

‘부의 서쪽 37 리에 있다. 본래 다시지현 또는 답지라 했는데 경덕왕이 지금의 이름으로 고쳐서 수창군(壽昌郡)의 영현으로 하였다. 고려 현종이 경산부(지금의 성주, 필자)에 붙였었는데 뒤에 내속 시켰다. 또는 금호(琴湖)라고도 부른다.

 

이상의 양 사서(史書)의 기록을 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이전에는 지금의 하빈면과 다사읍을 합쳐 ‘다사지현’ 또는 ‘답지현’이라 불렀고 통일 이후 경덕왕 대에 와서는 하빈현으로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마천산’은 ‘하빈현에서 남으로 1 리에 있는데 일명 금성산(錦城山)이다’ 하였고, ‘마천산 봉수(烽燧)’라 하여 ‘남으로 성주 화원현(당시, 성주 영현) 성산(지금, 화원동산)에 응하고 북으로 같은 주(州)의 각산(角山)에 응한다.’ ‘마천원(馬川院)’ ‘하빈현에서 남으로 4 리에 있다.’ ‘선사암(仙槎菴)’‘마천산에 있다. 암자 곁에 최치원이 벼루를 씻던 못이 있다.’고 했다.

이 기록은 15세기 마천산과 그 주변에 있던 주요 시설물들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마천산은 비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금성산으로 불렀고, 국방시설인 봉수대와 여관인 역(驛)이, 선사암이라는 아름다운 암자가 있었으며, 이 암자에는 신라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선생이 머물면서 글을 쓰고 붓을 씻던 못이 있었다는 것이다.

17세기 초 성리학자 낙재 서사원 등 대구지역의 사림을 대표하는 일단의 선비들이 금호강에 배를 띄우고 시를 지으며 뱃놀이 하는 장면을 그린 <금호선사선유도(琴湖仙査仙遊圖)>라는 그림 한 폭 전해오는데 이 역시 이 일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 후 선사암이 황폐화 되면서 1636년(인조 14) 그 자리에는 낙재를 기리는 이강서원(伊江書院)이 지어졌었으나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훼철되고 위패는 구암서원으로 옮겼다. 최근 달성군이 일대에 삼림욕장을 조성하면서 서원도 함께 복원했다.

따라서 마천산은 비록 높이가 274.4미터에 이르는 높지 않는 산이지만 다양한 사적(史蹟)을 안고 있다. 그런데 문양역 내려서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보면 마천산 정상(196m)이라는 팻말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초행자들은 이 봉우리를 정상으로 오인할 수 있어 없애야 한다. 정상은 멀리서도 횃불을 감지할 수 있는 봉수대가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부터도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있다. 끝까지 가면 이천에서 하빈 현내로 넘어가는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 이천에서 현내로 가는 길이라 하여 이현로(伊縣路?)로 명명한 것 같으나 서구 이현동과 이름이 유사해 혼란스럽다. 인근에 선사암이 있었으니 선사로(仙槎路, 선사는 신선들이 타는 뗏목을 말한다. 고운이 선사암에 머문 것도 이곳의 경승이 아름답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도 좋고, 마천산을 가로 질러가는 도로이니 ‘마천로’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길옆에는 왼쪽은 마천산 오른 쪽은 삼림욕장으로 표시해 놓은 잘 만들어진 안내 조형물이 있다. 이 역시 잘못된 것이다. 왼쪽은 문양역이 되고 오른쪽이 마천산과 삼림욕장이 된다.

마천산 정상의 봉수대는 대구지역 봉수대 유구(화원동산, 법이산, 고산 등) 중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아 문화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이 안내판에도 역시 설명에 오류가 있다.

봉수 중에서 서울 목멱산(남산)에 바로 연결되는 직봉(直烽)이 아니고 직봉이 적으로부터 훼손되어 기능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해 보조적으로 만든 간봉(間烽)으로 출발점이 경상남도 진해의 웅천임에도 부산 동래로 잘못 표기해 놓았다.

안내판, 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곳곳에 설치하여 등산객들이 간편하게 산을 오르도록 배려해 놓았고, 등산로 또한 깔끔하게 정비하는 등 달성군의 노력과 정성이 돋보이나 내용 일부가 부실하여 옥에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