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인물

주말 KBS 9시뉴스 진행 김윤지 아나운서

이정웅 2010. 1. 4. 20:24

"부모님 사시는 대구 떠올리면 포근한 느낌" 김윤지
주말 KBS 9시뉴스 진행 김윤지 아나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 군더더기 없는 손짓, 정확한 표현력.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서 '이게 표준어구나'하며 연방 감탄했다. '사투리는 콤플렉스가 아니다'고 자부해 왔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끝을 살짝 올려주는 '그냥 서울말'과는 분명 달랐다. '귀에 꽂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주말 KBS 9시 뉴스 진행자 김윤지(32) 아나운서. 지난해 31일 KBS3 라디오 '건강 365'를 마친 오후 그를 만났다.

"아나운서요? 다들 화려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저흰 주말도 없이 일을 한답니다. 오후 4시 전까지 그날 어떤 기사가 있었는지 인터넷을 뒤지고, 5시 분장, 6시 식사 후 다시 뉴스 검색, 7시부터 본격적으로 뉴스기사를 읽고 코멘트를 준비하지요." 경인년 새해 첫날도 출근해야 한다는데 어쩐지 '별 일 아니다'는 표정이다. 일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9시에 뉴스가 들어가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편안하게 뉴스를 보듯 저도 뉴스를 차근차근 보고 읽게 됩니다. 너무 편안해져서 정작 제가 어나운스멘트할 때 틀릴 때도 있지만(웃음). 늘 편안한 뉴스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나운서는 우선 말을 잘 해야겠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적확한 시선, 시대흐름을 읽을 줄 아는 내공도 필요하단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선·후배들이 많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된 계기를 물었다. 답이 쉽게 나왔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국어책을 학생들에게 읽히잖아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어나가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목소리가 좋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뒤 '좋은 목소리를 쓸 수 있는 직업'에 관심을 두다가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꿨어요. 방송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케이블방송에서 인턴경험을 쌓고, 경기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기도 했지요." 오로지 한길, 그런 경험이 쌓여 그는 한번의 낙방도 없이 KBS 공채 아나운서로 합격했다.

많은 후배들이 아나운서를 꿈꾼다. 경쟁률도 엄청나다. 김 아나운서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아나운서를 꿈꾼다면 나중에 운이 좋아 아나운서를 하게 된 뒤에도 많은 부분에서 실망하게 될 겁니다. 저도 지금 노력 중에 있지만 주말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주말과 휴일은 가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요. 어떤 선배는 방송 때문에 동생 결혼식도 못갔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병원에 가기 힘든 청취자가 전화 한 통화로 의료 상담을 받고, 좋은 음악, 좋은 글을 소개하면 "삶이 참 즐거워졌다"고 사연을 보내온단다. 그런 사소한 기쁨, 시청자, 청취자와 나누는 교감이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한단다. "그게 아나운서의 매력이죠!"

"말을 하는 직업이니까요 항상 말조심 해야 돼요. 말을 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있고요. 방송은 프로듀서, 작가, 기자, 엔지니어 등 많은 분들과의 협업이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김 아나운서는 서울 출생이지만 부모님의 고향은 대구와 경산이다. 어렸을 때 몇년 간 대구 수성구에서 살았다. 매년 방학이면 대구, 경산의 사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단다. 경상도 사투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부모님이 은퇴 후 대구에 사시거든요. 대구를 떠올리면 늘 포근한 느낌입니다. 가끔 대구 뉴스가 나오면 눈여겨 보는데 대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지난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청도 운문사를 방문했는데 음식도 맛있고, 곳곳에 유적지도 많아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구에서도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해다. 그 역시도 올 한 해 기대에 부풀어 있다. 공부도 더 해야 한단다. 어떤 공부냐고 물었더니 "국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답했다. 늘 우리말을 배우는 자세, 우리말에 대한 공부 없이는 훌륭한 아나운서가 되기 힘들다면서.

"얼마전 몽골 방송국 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몽골에도 한류붐이 엄청나다고 하더군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도 도전해보려구요."  

매일신문 독자들에게도 덕담 한마디 했다. "새해, 독자 여러분들이 세우는 새해 결심, 그 결심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2010년 보내셨으면 합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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