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스파스

대구 도심의 유일한 생태공원 신천에스파스

이정웅 2010. 9. 15. 18:12

잉어·도마뱀·오리·버들·수초…천천히 돌아온 '자연'
 [샛강에 새 생명을] 신천- 현재의 모습
 대백프라자 앞 고무보 역할 못해
 "상류 물놀이장은 중류로 옮겨야"
신천은 대구를 대표하는 핵심 생태축이다. 그중에서도 2007년 4월 만들어진 '에스파스공원'은 도심속 시골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코스모스, 해바라기, 무궁화, 노랑어리연꽃 등 다양한 꽃과 식물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우뚝 선 장승 등은 이곳이 대구의 도심 하천 중 사실상 유일한 생태공원임을 말해 주고 있다.

신천은 대구 시가지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하면서 흐른다.

비록 큰 하천은 아니지만 대구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휴식공간이자, 생태의 축이다. 장년층에게는 유년 시절 물고기를 잡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노년층과 어린이들에게는 휴식공간이자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천은 앞산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대구 도심의 생태축으로 일종의
자연형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쪽 비슬산과 최정산에서 시작해 용계동에 이르러 팔조령 부근에서 흘러온 대천과 합류한다. 신천은 이어 대구 시가지를 가로질러 침산동에 이르고, 이어 금호강과 합류한다. 총길이 12.5㎞, 유역면적 165.3㎢의 준용하천이다.

◆도심 생태축 신천

오늘날 신천은 대부분의 도시하천이 그러하듯 인공적인 제방과 고수부지의
조성으로 자연적인 멋은 많이 퇴색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천은 나름의 생태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말 신천을 찾았다. 신천 하류 금호강 합류지점에 있는 에스파스공원부터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사방팔방 빼곡한
빌딩아파트 도심을 벗어난지 20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에스파스공원은 도심속 시골이었다.

2007년 4월 만들어진 에스파스 공원은 2만㎡규모로, 공원 초입에 들어서면 향긋한 꽃과 풀
냄새진동한다. 코스모스, 해바라기, 무궁화, 노랑어리연꽃, 천일홍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우뚝 선 장승은 흡사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30℃가 넘는 땡볕 아래 줄장기 도마뱀은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들면서 총총히 그늘을 찾아 달려간다.

발길을 돌려, 대구시 북구 침산교
바로 아래 고정보를 찾았다. 금호강과 연결된 보 아래에는 수백마리의 어린 잉어붕어, 갈겨니가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물살을 헤집지만, 높이 2m 가량의 고정보에 막힌다. 물과 맞닿은 하천변에는 뚱단지 군락이 자생해 있고, 드문드문 갈대와 박주가리, 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직강화됐던 신천은 수십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굴곡을
형성하고, 수십종의 식물이 자라나는 놀라운 생명력을 연출하고 있다.

도청교 아래
여울을 찾았다. 30~40㎝급의 잉어 수십마리가 헤엄을 친다. 둔치에는 둘레 50㎝ 넘는 버들, 왕버들, 플라타너스 등 자연형 하천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대가 자리를 잡았다. 또 수십년간 지속된 퇴적층으로, 길이 100m의 하중도가 자리잡았다. 이곳에는 수백마리의 참새와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오리류가 서식하고 있다.

◆인위적 흔적 많은 대봉·상동교

신천의 하류라 할 수 있는 침산교~경대교 구간은 둔치와 하중도를 중심으로 조금씩 자연적인
식생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 도심하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아쉽다.

상류쪽으로 수성교~대봉교 구간을 살펴봤다. 대백프라자 앞 고무보는 잘못된 도심하천의
전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높이 5m의 고무보에는 2개의 어도(어류가 상류로 이동하도록 만들어진 물길)가 있지만, 평소에는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어도가 계단형태지만, 길이가 짧은 대신 높이는 너무 가팔라 큰 물이 나지 않으면 평소에는 어류가 상류로 향하는 길이 막힌다. 실제로 어도를 통해 상류로 올라가는 어류는 아쉽게도 관찰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백프라자 앞 2개의 고무보 사이로 자연적인 하중도 2개가 조성돼 각종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점이라고나 할까. 다시 신천의 상류인 상동교와 신천
물놀이장이 있는 용두1보에 발을 담갔다.

물놀이장에는 막바지
여름을 아쉬워하는 시민 10여명이 수영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변에는 낚시꾼 10여명과 심지어 빨래를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 신천 상류지역은 얼마되지 않는 자연형 하천이다. 왠지 이런 곳에 물놀이장이 있다는 것이 어색했다. 둔치에는 신천 중·하류지역에서 드문드문 보았던 갈대, 버들, 왕버들, 부들이 빼곡히 자리해 있다. 하천
바닥도 크고 작은 돌로 뒤엉켜 있다. 물속에는 사람들의 그림자에 놀란 갈겨니와 자가사리가 날뛴다.

이날 현장을
동행한 마홍근 한국습지 환경보전연합 공동대표는 "신천 물놀이장을 중류지역으로 옮기고, 이곳은 자연형 하천으로 더욱 철저하게 보전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 수질문제가 개선된다면 접근성이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도 물놀이장은 중류지역이 더욱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샛강에 새 생명을' 취재팀

박재일
팀장

유선태·임호·최수경·이효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