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대구수목원개원 10년 유감

이정웅 2012. 6. 10. 18:17

 

 

대구수목원개원 10년 유감

 

 

 

올해로 대구수목원 개원 10년을 맞았다. 정확하게는 2002년 5월 3일에 개원했다. 꼭 10년 전 입지를 선정할 때 내부적으로는 일부 간부들이 수목원보다 다른 시설에 필요하다며 반대했고, 외부적으로는 모 환경단체가 중심이 되어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서 지반이 침하되고, 가스가 분출되며, 침출수가 발생하는 부적지라며 계획의 취소를 주장했고, 인근 주민들은 그 동안 쓰레기매립에 따른 악취와 먼지, 파리 등 해충으로 오래 동안 고통 받았는데 수목원을 조성한답시고 또 무슨 혐오시설물을 지어 괴롭힐지 모른다며 복토(覆土)에 필요한 흙 운반 차량을 경운기를 동원해 출입로를 막아 저지했고, 모 방송국에서는 입지의 부적합함을 특집으로 꾸며 보도했고, 또 다른 방송국에서는 가스배출구에 종이를 말아 넣고 불을 부처 마치 지하에 많은 가스가 분출되어 불이 붙는 양 화면을 조작했고, IMF로 예산이 부족하여 재원지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건축허가를 받을 때 달서구청의 이미 고인이 되신 황대현 청장이 총부지 중 약 3천 평은 쓰레기 선별장으로 할애 하는 것을 조건으로 동의해 주었으며, 국비를 보조받기 위해 환경부며, 예산청을 방문해 담당자를 설득시키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한 사람으로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개원 당시 수목원 모습

 

그러나 문회갑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나 역시 이 일이 시민을 위한 내 공직생활의 마지막 봉사라는 심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대구수목원이 국립수목원이나 천리포수목원보다 늦게 개원하고 규모면에서나 전문성에서 떨어지는 만큼 야생화원과 약용식물원을 통해 그들 수목원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즉 우리나라 야생화와 약용식물은 대구수목원에 가면 다 볼 수 있도록 꾸미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 때까지면 공원이나 녹지에 심는 초화류는 팬지, 폐튜니아, 사루비아 등 거의 외래종이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가다보면 장차 우리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팬지를 우리 꽃으로 알아 정체성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식물자원의 우수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우려되었다.

 

                                      고 박상옥님이 기증한 분재원

 

또한 대구는 3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약령시가 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약재도매시장이 있는 도시인만큼 모든 약용식물을 심어 현장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 함으로 약용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약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건강기능성 식품의 원료가 약용식물인 것을 감안 시민들의 건강증진에도 이바지 하고 싶었다. 한의사지만 늘 건재로 처방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약용식물을 모르는 분이 많아 이들의 교육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원 10년이 되는 올 해, 되돌아보면 생태복원우수사례로 인정받고, 연간 이용인원이 170만 명이며, 시티투어의 필 수 코스로 자리매김 되고, 인근 산을 매입해 부지도 확장했고, 강의동 등 대시민교육시설이 확장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따라서 기쁜 마음 한량없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이 있다.

 

 

첫째, 개원 후 지난 10년을 솔직히 평가해보고 향후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국내외 수목원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학술회의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가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항간에는 수목원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공원화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둘째, 이곳이 쓰레기매립지라는 점과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조성한 것이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는데 실행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익한 공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곳이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지라는 사실은 이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성 전 당시 현장 사진이나 환경단체의 반대성명서 등 지난 발자취를 전시해서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셋째, 대구수목원은 관이 일방적으로 조성한 곳도 아니고, 천리포수목원처럼 개인이 혼자 조성한 수목원도 아니다. 수억에 달하는 선인장, 분재, 수석으로부터 단 돈 몇 만원이지만 기꺼이 헌수한 분 등 많은 시민의 성원으로 조성되었다. 이들 기부자들을 초청해 더 아름다워진 수목원, 더 크게 자란 나무를 보도록 하면 얼마나 즐거워할까 비록 작은 기부지만 여럿이 모이면 큰일도 이룰 수 있다는 기쁨으로 행복해 할 것인데 그들을 초청하는 행사가 없었다.

 

넷째 대구는 온대남부라는 지리적 한계와 국토의 1%에도 못 미치는 좁은 면적 때문에 식물의 종 다양성이 높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수림이 있고, 또한 일본의 식물학자자 나까이가 측백수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큰구와꼬리풀’ 그리고 향토 출신 식물학자 양인석 박사가 발견한 ‘세뿔투구꽃’, 서울의 이응노 박사가 발견한 ‘대구으아리’는 대구특산식물이고, ‘솔나리’ ‘솔붓꽃’, ‘노랑붓꽃’ ‘산작약’, ‘노랑무늬붓꽃’은 대구에 자생하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희귀 하나 대구에는 개체 수가 많은 ’모감주나무‘, '가침박달’ 등은 이른바 대구의 깃대종이다. 이들을 한 군데 모아 ‘대구특산식물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조성 당시의 만들어진 <기본계획>에도 있는데 개원 10년이 되어도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했다.

 

 

다섯째,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관람객들이 자가용이나 전세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주차난이 심각하다. 관련부서와 협의해 대중교통이용을 늘려야 한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수목원을 보다 잘 가꾸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지만, 붙여 놓은 팻말 중 식물이름이 틀린 것, 팻말을 있는데 식물은 없는 곳, 반대로 식물은 있는데 팻말이 없는 곳이 있다.  비록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이 사소한 일이 수목원 전반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더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대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시 종합복지회관의 나무  (0) 2012.07.22
국토방위의 보루 다부동   (0) 2012.07.21
오어사(吾魚寺)  (0) 2012.06.06
대구신천에스파스를 살려 주세요  (0) 2012.06.05
불국사와 석굴암  (0) 201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