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정구 선생과 북구 사수동

 

한강 정구 선생과 북구 사수동

금호택지개발지구내에 한강 정구(鄭逑, 1543~1620)선생을 기념하는 ‘한강공원(寒岡公園)’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의해 조성되었다.

곽재우 장군을 기리는 망우당공원과 우배선 장군을 기리는 월곡역사공원과 더불어 공원 이름에 특정인의 아호를 붙인 대구에서는 세 번째 공원이다.

 

택지로 개발되기 전 사수동

 

성주 출신인 한강을 기념하는 공원이 이곳에 조성된 이유는 선생의 생애 마지막 6년을 이곳에서 보내며 지역에 많은 선비들을 양성하여 대구의 문풍을 진작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한강은 창녕 현감을 시작으로 강원도관찰사, 안동부사, 대사헌, 형조참판 등 내,외직을 두루 거치고 낙향하여 칠곡의 노곡(현, 칠곡군 지천면 신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집에 불이나 그동안 지은 많은 책이 소실되고 거처하기가 어렵게 되자 72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왔다.

우선 마을 이름 사빈(泗濱)을 사수(泗水)로 바꾸고 사양정사(泗陽精舍)를 지어 후학을 양성했다. 사수가 공자의 고향에 있는 강 이름인 것을 보면 이 마을을 유교의 본향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 같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했으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해 <오선생예설>을 고쳐 짓고, <예기상례분류>, <오복연혁도>를 완성시켰으며 학봉 김성일 선생의 행장과 정여창 선생의 실기를 지었다.

또한 1617년에는 금호강과 낙동강을 이용해 물길(水行) 710리, 뭍길(陸行) 20리 총 730 리 동래온천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근 새로 복원한 사양 정사

 

1620년( 광해군 12) 돌아가시니 향년 78세였다.

아호는 한강(寒岡), 시호는 문목(文穆)이며 본관은 청주로 부친 사중(思中)이 한훤당 김굉필선생의 외손으로 현풍에서 성주 유촌에 옮겨 살면서 선생을 낳았다.

21세 때에 안동으로 퇴계 이황을, 24세 때에 진주로 남명 조식을 찾아가 제자의 예를 닦았다.

당시 퇴계와 남명은 영남 좌, 우도에서 각기 크게 학사를 열고, 인재들을 모아 가르쳤는데 학풍은 서로 달라 퇴계는 인(仁)을, 남명은 의(義)를 강조했다.

따라서 양문의 제자들의 추구하는 바도 달라 임란을 맞아 퇴계의 제자인 서애 류성룡이나 학봉 김성일이 관료로서, 남명의 제자인 내암 정인홍과 망우당 곽재우는 의병으로 국난극복에 앞장선 것도 이런 학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강은 이 두 사람의 학풍을 흡수·소화하여 자기를 대성한 분이다.

특히, 대구 출신의 괴헌 곽재겸, 낙제 서사원, 낙애 정광천, 모당 손처눌, 투암 채몽연, 사월당 류시번, 양직당 도성유, 국담, 박수춘, 양졸재 정수, 서재 도여유, 전귀당 서시립, 동고 서사선, 도곡 박종우, 등은 대구를 대표하는 소위 달성십현(達城十賢)으로 추앙받는 제자들이다.

이외도 대암 최동집, 아헌 송원기, 낙음 도경유, 계암 구회신, 탁청헌 곽황, 존재 곽준 등이 있다. 이들을 일러 한강학단(寒岡學團)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사양정사 현판

 

대구가 교육 도시였고 지금도 많은 인재가 배출되는 것은 16~17세기 한강이 뿌린 씨앗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강의 학문은 좁게는 영남지방 넓게는 근기지역까지 확대되었으니 미수 허목을 통하여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에게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호택지개발지구는 이름과 달리 대상면적의 90%가 사수동(泗水洞)이다. 그런데도 굳이 금호지구로 이름을 붙인 까닭을 물었더니 사수의 사(泗)자가 발음 상 죽을 사(死)와 같아 택지나 아파트 분양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학의 본향이 사수이고 대 성리학자 한강이 명명한 것이라고 하니 그 때에는 그런 깊은 뜻을 몰랐다고 했다. 공원이 조성되기까지 토박이 주민들, 칠곡향교, 청주정씨대종회의 도움이 컸지만 처음으로 공원 조성을 제안한 ‘달구벌 얼 찾는 모임’의 문제제기가 기폭제가 되었다.

대구 사림(士林)의 본거지였던 사양정사가 복원된 ‘섬(蟾)뫼’ 즉 ‘두꺼비산’은 금호강변의 관어대와 더불어 한강이 소요하든 유서 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