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유엔군묘지와 정주영(보리)

이정웅 2024. 2. 28. 15:36

유엔기념공원

 

수형이 아름다운 배롱나무

 

 

가덕도 대항마을 이 마을 앞바다가 신공항 부지라고 한다.
대항마을에 남아 있는 포진지

2024년 벽두 야당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도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가덕도와 부산의 명소 태종대, 국립해양박물관, 유엔군묘지를 회원들과 함께 답사했다. 먼저 도착한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 대항 마을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어촌이었다. 뿐만, 아니라, 1904년 러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일제가 구축해 놓은 포진지와 그들이 사용했던 숙소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구, 경북도민의 생각과 달리 부산시가 국채사업으로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는 비전문가로서는 정부계획을 믿을 수밖에 없으나 토박이 주민 김 모(83) 씨의 말에 의하면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잦고, 파도와 물살이 세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날따라 봄비가 내리고 바람마저 불어 태종대 구경은 취소하다시피하고 실내에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을 보고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엔군묘지(공식 이름은 재한유엔기념공원)로 향했다.

도착하니 마침 유엔기 하강시각이라 자세를 바로잡고 울려 퍼져지는 진혼곡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뉴스와 잡지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곳이었지만 처음 방문이고 또한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활약상을 담은 건국 전생을 보고 지금까지 잘 못 알고 있었던 무지함을 반성하고 있는 터라 감개가 남달랐다.

유엔군묘지는 19511월에 한국전쟁 참전 전사자 안장을 위해 유엔군 사령부가 발의하여 19514월 조성했다.

그러나 개장을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이른 봄이라 경내가 너무 삭막했다. 지금 같으면 잔디를 재배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는 롤(Roll) 잔디라고 하여 멍석같이 키워서 필요한 대지에 맞춰 재단하여 그대로 깔면 되나 전쟁 중이자 잔디 산업이 발달 되지 못했던 그때 잔디로 푸르게 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유엔군 사령부는 정주영(현대건설 창업자)을 불렀다.

처지를 설명하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으니 정 회장이 말하기를 지면을 푸르게만 하면 되느냐고 반문하니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그는 낙동강 일대 농민이 재배하는 보리밭의 파릇파릇한 새싹을 사서 옮겨 심어 단시간에 푸르게 만들어 사업비도 넉넉하게 받았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조선업을 시작할 때 건조실적이 없다고 하자 500원짜리에 뒷면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이고 영국의 버클리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냈으며, 아산방조제 물막이 공사 시 전문가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폐선을 이용해 성공한 일화는 그가 비록 정규 교육은 많이 받지 못했지만, 대기업을 일으킬 거인이었다는 것은 이 유엔군묘지 공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후 유엔 산하 UNCURK가 운영해 오다가 1974년 유엔에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로 위임되었으며 2007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전쟁을 돕기 위해 참전한 국가는 모두 22개국이다.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프랑스, 그리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 16개국은 전투병을 지원하였고, 덴마크, 독일, 인도,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6개국은 의료지원을 했다고 한다. 현재 재한유엔기념공원에는 총 13개국 2,327명의 전사자가 안장되어 있으며 국적별 안장 자 수는 다음과 같다.

국명 안장자 수 국명 안장자 수
호주 281 남아프리카공화국 11
벨기에 11 튀르키예 462
캐나다 381 영국 892
콜롬비아 4 미국 40
프랑스 47 대한민국 38
네덜란드 122 기타 15
뉴질랜드 32

놀르웨이 1 총합계 2327

 

참전 국가 이름과 안장 자의 숫자를 옮기면서 그들의 고마움을 잊고 살아온 삶이 부끄러워졌다.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 10대국으로 성장하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참전국들의 군인들이 볼 때 당시 한국은 이름도 모르는 나라였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보답할 때라고 생각한다.

묘역은 물론 수목(樹木)도 잘 관리 되어있었다. 특히 배롱나무는 가꾼 것 같기도 하고 자연형으로 자란 같기도 한데 지금까지 국내 어느 공원이나 수목원에서 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모양새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더 바란다면 묘원 어느 한 곳에 정주영 보리밭을 만들어(요즘은 조화기술이 발달 되어 사계절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묘지 조성과 나라 번영(繁榮)에 이바지한 그를 기리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으면 한다. 모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잠들고 있는 뜻깊은 곳이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어느 곳 답사에서보다 큰 감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