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수박
문인수
지난여름 장마가 얼어붙은 것일까
하늘수박이, 작은 조롱박 같은 것이 새가맣게 쪼그라져 천둥지기 논두렁 찔레덤불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차디찬 맑은 하늘에서 뚝뚝
듣는 것 같다.
자꾸 귀가 기울여진다.
가시투성에 찔레덤불과 얽히고설킨 하늘수박 넝쿨의 질긴, 그 기나긴 형극의 세월이 또한 난마와 같구나.
그런 길의 끝이 나곡마을이다
허물어져가는 저 빈 집 여러 채와 겹치며 바람에 대롱거리는 하늘수박은 박쥐같다. 습하고 어두운 과거, 썩은 대들보를 물고 놓지 않는다. 말린 쓸개 같다.
말린 눈물, 말린 우레 소리가 오래 달그락거리는 사람의 늑골안쪽이 쓰디쓰다.
<해설>
'하늘수박'은 '하늘타리'라는 식물의 방언이다,7~8월경에 노르스름한 흰색 꽃을 피우며 주로 밭두렁이나 산기슭 가장자리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나팔꽃 같이 덩굴손이 다른 나무나 암벽 또는 풀을 감고 오른다. 가을에 7Cm 정도의 작은 수박을 닮은 열매가 하늘에 매달려 있어 하늘수박이라고 도 한다. 씨와 열매도 모두 약으로 쓰지이고 고구마처럼 생긴 뿌리로 전분을 얻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