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작나무 아래: 자작나무 수피
한대(寒帶)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자작나무는 수피가 희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조경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나무이다.
러시아의 작가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닥터 지바고’에서 넓은 설원(雪原)이 펼쳐진 그 곳의 한 작은 마을의 외딴집에서 주인공 유리 지바고와 라라가 재회하여 짧은 기간 애절한 사랑을 나누어 관람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던 집을 둘러싸고 있던 나무 역시 자작나무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이 북경을 여행하던 중에 수해(樹海)를 이룬 자작나무 숲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는 글을 읽고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대구에는 심을 수가 없었다. 기후가 맞지 아니하여 생육이 부진하기 땨문이다.
자작나무를 맨 처음 대구에 심기 시작한 사람은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에 근무했던 홍순익(현 북구청 세무담당)님이 처음이 아니었던가한다. 그는 인문계 학교를 나와 임업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세무직으로 전직했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남다른 소질이 있어 매일신문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할 만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한 때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에 함께 근무했었는데 내가 그 곳을 떠나 온 후 팔공컨트리클럽 입구 놀고 있던 공원부지에 어린 묘목을 심었는데 매우 잘 자랐다.
푸른 대구 가꾸기에 대한 욕심이 지나칠 정도로 많았던 문희갑 전 시장은 시내에 조성하는 공원과 녹지를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처럼 조성하고 싶어 했다. 수시로 하이드 파크를 예로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한 90여 명의 입업직 공무원 중에 하이드 파크를 가 본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공원일까 궁금하여 몇 번인가 국외여행을 신청했으나 담당부서의 비협조로 실패하고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종반으로 접어든 2001년 드디어 국외여행 계획이 성사되었다.
시청과 사업소는 시비로, 구·군은 자체 경비부담을 원칙으로 대상자를 선발했더니 다른 구군은 주로 담당계장이 추천되었으나 동구청 만은 유독 당시 임대윤 구청장과 담당계장이 함께 가겠다고 했다.
일부 구, 군의 계장들이 같은 입업직 공무원이 아니자 청장이라는 이유로 버거워했으나 내 생각은 달랐다. 청장이 조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 구의 녹지에 대한 예산과 인력배분이 유리해질 수 있고 또한 조경사업도 그만큼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성공은 문 전 시장의 열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당시 구청장․군수들의 뒷받침도 컸었으며 그 중에서도 임대윤 동구청장도 열성을 보였던 구청장· 군수 중의 한 분이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임 구청장은 우리 임업직공무원과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또한 많은 것을 보려고도 했다.
몽마르트 언덕 아래 노천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동촌유원지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나는 맞은편 금호강의 넓은 둔치에 자작나무 숲을 조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도 제시했었다.
애초부터 큰 나무를 심으면 실패할지 모르지만 어린 나무를 심으면 처음에는 다소 자람이 나쁘더라도 얼마간 세월이 지나면 적응되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며 그렇게 된다면 여름은 무성한 숲, 가을은 노란 단풍, 겨울은 흰 수피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일은 모험(?)이고 또한 신천과 달리 금호강은 건설교통부가 관리하는 정부직할하천이라 하천법을 위반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 심해택 녹지담당(현 대구시 사무관)이 팔공산에서 홍 순익씨가 키운 것을 우방강촌아파트 단지 부근 제방에 옮겨 심은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북편 언덕에 (주)우대가 벽천(壁泉) 등 수경시설을 설계하면서 하단(下段)의 한 공간에 자작나무를 심겠다고 제안해 왔다.
나는 북방계 식물인 만큼 여름이 유난히 더운 대구에서 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으나 설계자인 최신현 기술사가 한사코 고집함으로써 마지못해 승인하고 지금까지 생장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대구에 더 많은 자작나무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 두류공원 부근이라 어떤 때에는 아침저녁 두 차례나 갈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만약 이 공원이 없었다면 이 곳을 찾는 수많은 시민들이 어디에서 휴식을 취할까 하는 생각이 들며 처음 공원으로 개발한 이상희, 마무리한 문희갑 두 분의 전직 시장의 노고에 시민 모두가 진심으로 감사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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