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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동안 닫힌 정상이던 팔공산 비로봉이지만, 조금씩 시민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개천절 행사를 열어온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은 비로봉에서 제천단이 발견된 이후 2003년부터 매년 비로봉 정상에서 제천 행사를 열고 있다. 2003년 첫 해에 군 부대와 합의해 70명이 올라갔다. 해를 거듭하면서 관심이 높아져 지난해엔 300여명이나 합류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국회의원도 해마다 이 행사에 참여한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기원하는 기원제가 이뤄진 곳도 비로봉 정상이다. 대구시는 학술적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단체보조사업으로 올라온 팔공산 제천단 복원사업에 소액이나마 지원했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 개방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셈이다. ◆점진적 개방이 현실적 대안 비로봉은 공식적으로는 닫힌 정상이지만, 군 부대에 신고없이 방송사나 통신사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비로봉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부대에서 이들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굳이 통제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럴 바에야 부분적이나마 개방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줄'이 있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산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팔공산 등산객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따라서 방송·통신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이전보다는 점진적 개방이 현실적 대안이다. 방송 및 통신업체에는 막대한 이전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고, 시설보호 및 안전조치를 충분히 검토한 뒤 등산로를 개방하는 것이 이들 기관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군 안보나 시설 안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비로봉에 올라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 하루 출입인원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전주 모악산의 경우 오전 한 차례와 오후 두차례 일반 등산객에게 산 정상을 개방하고 있다. 팔공산에 송신탑을 설치한 방송국 측은 인근 등산로 개방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MBC 기술국 이용수 국장은 "제천단과 옆 송신철탑 사이에 철조망이 없었는데 제천단 행사로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자 철탑 등의 안전문제가 있어 철조망을 설치했다"면서 "송신시설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야 할 중요시설"이라고
그러나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배현석 교수는 "방송국이 사용하는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팔공산~서울 남산 중간에 전파흐름을 방해하는 매개체가 없고, (산 정상 아래로 이전해) 팔공산에 도달 직전의 중계소에서 팔공산 송신탑만 보이면 굳이 정상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국민 전부가 위성방송만 시청해 더 이상 지상파를 보지 않는 이상 송전탑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 문제는 시민들을 위해 한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전파 전문가가 직접 동행해 전문 조사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시간제라도 정상을 밟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경기 용문산의 경우 양평군이 앞장서 군 부대와 방송통신시설 관계자를 설득, 주민들의 40년 숙원을 해결했다. 관이 주도했고, 시민단체와 산악인 등이 이후 보조를 맞춰 정상개방운동은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양평군의 경우 시민의 패배감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군부대는 이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인 결과여서 그 의미가 크다. 무등산과 모악산은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와 '모악산 정상회복 범도민회의'라는 시민단체 협의체가 구심점이 돼 일반 대중운동으로 승화시켰다. 풀뿌리 시민운동은 요지부동이던 군 부대와 방송·통신시설 이전 및 산 정상 개방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광주시와 전북도의 행정적 지원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이다. 광주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에는 75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해 무등산 보호를 위한 환경문화운동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전주시민회 등이 주축이 된 모악산 정상회복 범도민회의는 산 정상 소유자인 사찰 금산사를 설득해 KBS 전주방송총국과의 기존 임대차 계약을 저지하게 했다. 이후 3년의 장고끝에 방송국은 산 정상을 개방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팔공산 이용객은 1천500만명. 팔공산 정상을 목전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등산객들이 최소한 수십만명이다. 팔공산 비로봉 개방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고 해도, 개방 운동을 펼칠 추진 동력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력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
2008-10-02 08:03:36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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