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팔공산 정상 철책선을 걷어라(5-1)

이정웅 2008. 10. 3. 07:20

문경현 경북대 명예교수, 비로봉 중요성·개방 필요성 역설
 "민족 정기·역사 서린 제천단 복원 시급"
/최수경기자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팔공산은 정상에 신라, 고려 때 왕이 직접 천왕(산신)에게 제사를 지낸 제천단이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유서깊은 곳이야. 그곳을 널리 알리지는 못할 망정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럼."

문경현 경북대 명예교수(73·사학과·사진)를 대구시 수성구 파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거동이 불편해 요즘 대부분 집에 조용히 앉아만 있는다는 이 백발의 원로학자는 팔공산 정상 개방과 관련한 질문에 단호한 목소리로 비로봉의 중요성과 개방 필요성을 역설했다. "산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천왕봉으로도 불렸지. 우리 민족이 외침 등 수난을 당할 땐 언제나 묵묵히 곁에서 지켜준 수호산이자 진산이었어. 몇 년 전 어렵게 한번 올라가보니 제천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자리는 많이 허물어져 형체도 별로 남아있지 않았어. 태백산 제천단은 그대로 있는데…." 그는 안타까움에 혀를 길게 내찼다.

"송신탑인지 뭔지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졌던데 바로 옆에 있는 그곳(제천단)이
버텨 냈겠어."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빨리 정상이 개방돼야 제천단 복원도 할 수 있는데 걱정이다. (제천단은) 우리 것이 아니어서 자손대대로 물려줘야 할 곳이거든."

갑자기 옛 기억도 떠오르는 듯 했다. "인근 군 부대가 들어오면서부터 민간인 출입이 완전 통제됐어. 철조망뿐 아니라 간첩침투를 우려해 지뢰까지 있었던 곳이야. 살벌했지."

역사적 의미가 큰 팔공산 정상을 되찾고 싶은 그의 열정은 남달라 보였다. 정상을 되찾고, 동시에 잊히었던 민족의 역사찾기도 이참에 이뤄보자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허물어진 제천단을 수복하고, 문화재 등록도 반드시 추진을 해야 된다"면서 "특히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이곳 팔공산 제천단에서 꼭 성화가 채화되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더 지체하면 안된다. 경북도나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 먼저 비로봉 정상을 되찾는 노력을 시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2008-10-02 08:01: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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