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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공고가 명문 사학으로 영원히 발전하고, 지역 사회의 교육 발전을 이끌어 나가도록 학교의 경영권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학교법인 영남교육학원 강시준 이사장(88)이 30일 학교 경영권의 사회 환원을 공식 발표했다. 가족 경영으로는 건학이념을 승계, 학교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 학교와 배움이 대단한 사치로 여겨지던 어린 시절의 못배운 한을 풀고자 강 이사장이 학교를 세운 지 23년만이다. 사학재단은 사회에 환원된 공적 재산으로, 일종의 사회적 재산이다. 원칙은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학은 경영권 세습 등을 통해 사유 재산처럼 승계되는 게 현실이다. 족벌 세습된 경영권이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훌륭하게 승계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으로 생각하다보니 친인척간 다툼으로 이어져, 설립 당시의 숭고한 뜻은 간데없고 학교 발전에 되레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례를 강 이사장은 누구보다 많이 보아왔다. "오직 '학교'만 생각하고,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제 일족보다 훨씬 더 훌륭한 분이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학교를 경영하고 발전시켜 나가길 바랍니다." 강이사장의 학력은 '공란'이다. 정규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배움의 한이 누구보다 깊다. 그래서 남들이 피란갈 때도 논에 물을 댔고 총소리가 귓전에 스칠 때도 비료를 뿌리면서 평생동안 허리 휘어지도록 농사지어 번 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이 1986년 학교법인 영남공업교육학원을 설립한 것이었다. 손수 리어카를 끌며 인부들과 천여그루의 나무를 직접 심었는가 하면, 지금도 빗자루를 들고 청소에 나설 정도로 학교에 대한 강 이사장의 애착은 남다르다.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변덕심한 겨울날씨와 권력은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내 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면 맘대로 못하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회 환원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제 대구 시민 전체가 관심을 갖고 학교경영의 감시자가 되어 주십시오." 영남공고는 학교 경영권의 사회 환원을 위해 앞으로 동창회, 교직원, 이사회 등을 대표하는 협의체를 구성,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 이사장은 슬하에 2남6녀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 강 이사장의 맏아들 강호경씨(57·경원대 교수)는 이사로 재직 중이다. 강 이사장은 경영권 환원이 끝나면 자신과 가족들은 학교를 완전히 떠날 것이며, 학교경영에도 일절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
2009-01-31 07:24:23 입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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