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대구 앞산에서 조선 후기 '마애석불' 발견

이정웅 2009. 1. 23. 15:40

대구 앞산에서 조선 후기 '마애석불' 발견
 
 
 
▲ 22일 오후 대구 앞산 용두골 300m 능선 부근 암벽에서 발견된 마애석불을 답사한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이 불상을 실측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앞산에서 조선시대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애석불(磨崖石佛·암벽이나 구릉에 새긴 불상)이 발견됐다.

앞산에서 불교와 관련된 유적이 발견된 것은 드문 사례여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앞산터널 반대투쟁을 해온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앞산 꼭지)은 최근 대구 앞산 용두골에서 정상 방향으로 300여m 오른 지점의 바위 벽에서 불상을 발견했다며 22일 오후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답사를 했다. 불상은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30m 정도 벗어나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불상은 정동향인 수성구 파동 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부처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길이가 90㎝, 발 아래 연화대좌의 폭이 73㎝, 전체 높이는 121㎝, 폭은 81㎝다. 이 불상은 육계(부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가 뾰족하고 귓밥이 어깨선까지 늘어진데다 옷자락이 연화대좌까지 내려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조선후기 불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 강삼혜 학예연구사는 "마애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웃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바위의 암질이 좋지 않은데도 비례가 좋고, 조형미가 뛰어나 일반인의 솜씨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김약수 경산지부장(대구 미래대 교수)도 "부처의 손 모양 등을 봤을 때 약사여래불인지, 석가부처인지 알 수 없고 정확한 제작 연대도 좀 더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태가 양호하고 색다른 양식의 표현들이 곳곳에서 보여 학문적 연구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 마애불은 앞산꼭지 회원인 정수근씨가 발견해 최근 대구시에 신고했으며, 조만간 이 마애불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씨는 "대구 상인~범물  4차순환도로의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앞산에는 선사시대 유적인 바위그늘이 공사구간 인근에 있고 이번에 마애불까지 발견돼 아직 보고되지 않은 문화재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자칫 보호돼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자산이 파괴될 수도 있는 만큼 전반적인 문화재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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