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파호동 유래비 제막, 옛 주민들 방문 '감동'

이정웅 2009. 2. 19. 17:24

파호동 유래비 제막, 옛 주민들 방문 '감동'
"내 고향 파호동(巴湖洞)을 지킬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난 9일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아파트 서쪽 강편도로 옆 녹지대에서는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이날 아파트단지 개발로 2004년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옛 파호동 주민들이 모여 '파호동 유래비' 제막식을 가졌다. 오래 되진 않았지만 5년 만에 고향 땅을 다시 밟은 옛 파호동 주민들은 감정이 북받쳐서인지 하나같이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그동안 모습이 바뀐 옛 삶의 터전을 기억해낼 방법이 없었던 주민들에게 이날 유래비 건립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유래비 건립은 40여년간 당산 천왕제를 지내던 파호동에 지난해 푸른초장교회가 들어서면서 가시화됐다. 교회 측은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대구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아파트 인근에서 옛 파호동 주민들이 모여 파호동 유래비 제막식을 거행하고 있다.2
대구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아파트 인근에서 옛 파호동 주민들이 모여 파호동 유래비 제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교회주차장이 들어서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고, 주민들은 이를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러자 교회 측이 주민들의 애틋한 고향 사랑을 감안, 감사의 표시로 유래비 건립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유래비 건립 장소는 옛 파호동 주민들이 직접 달서구청을 방문해서 허락을 받아냈다.

옛 파호동 일대에는 현재 성서우방유쉘 아파트(5개동 347가구)가 들어서 있다. 그 이전에는 150여 가구가 자연마을을 이뤄 살았다.

현재 감삼동에 산다는 구본춘 파호동발전협의회장(71)은 "우리 옛 파호동 주민들이 아직도 고향을 잊지 못해 가까운 성서지역에 대부분 모여 살고 있다"며 "유래비를 통해 이들이 항상 고향을 기억하고, 후세에도 동네 전통을 잘 보존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2009-02-18 07:32: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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