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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무를 보며 /김봉규 논설위원 bgkim@yeongnam.com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
연둣빛 잎사귀 위에 밥알처럼 작고 흰 꽃이 무수히 피어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팝나무. 그 이름도 꽃이 피면 흰 쌀밥을 보는 듯해 붙여졌다. '이팝'은 쌀밥을 의미하는 '이밥'이 변한 것. 흰 꽃으로 뒤덮인 이팝나무 고목을 보면 수북이 쌓인 쌀밥을 연상할 만하다. 이 꽃을 처음 본 서양사람 눈에는 눈이 내린 것처럼 보였던지 '눈꽃(snow flower)나무'라 이름을 지었다. 지금 이팝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연둣빛 잎과 맑은 흰색 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볼 만하다. 잘 지은 흰 쌀밥을 보듯, 보는 이의 마음을 풍성하고 푸근하게 한다. 그 많던 봄꽃이 대부분 져버리고 신록이 산천을 물들인 요즘, 이팝나무꽃이 막바지 봄꽃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의 경우 명덕네거리에서 영대병원 네거리에 이르는 도로의 가로수 이팝나무가 지난주부터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앞산 순환도로 가로수 이팝나무꽃도 지금 한창이다. 이밖에 시내 곳곳에서 이팝나무들이 탐스러운 모습을 선사하고 있다. 이팝나무는 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와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향교 뒷산 등 전국 몇 곳에 군락지가 있고 천연기념물 고목 10여그루가 있지만, 그리 흔한 나무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심에도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심으면서 시민들이 쉽게 이팝나무꽃을 즐기는 복을 누리게 됐다. 대전의 유성 이팝나무거리에서는 해마다 이팝나무축제가 열리고있다. 이팝나무와 관련된 전설을 알고 보면, 꽃을 보는 느낌이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옛날 경상도 땅에 18세 때 시집을 온 착한 새색시가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한 번은 제사에 쓸 밥을 짓게 되었다. 잡곡밥만 짓던 며느리는 처음 쌀밥을 지으면서 혹시 잘못돼 꾸중을 듣게 될까 걱정이 되어, 뜸이 잘 들었는지 보려고 밥알 몇 개를 떠먹어 보았다. 그것을 보게 된 시어머니는 제사에 쓸 밥을 먼저 먹었다며 갖은 학대를 했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어느날 뒷산으로 올라가 목을 맸다. 그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냈다.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 나무가 되었다며, 동네사람들은 그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다. 이팝나무꽃이 풍성하게 잘 피면 그 해 벼농사도 풍년이 드는 조짐으로 보았고, 그로써 이밥을 먹게 된다하여 이팝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수형(樹形)도 준수하고, 보름 정도 꽃을 피우는 동안 은은한 향기도 내뿜는 이팝나무는 우리나라의 남쪽지역과 일본·중국의 일부지역에서 자라는 세계적 희귀목으로 알려져 있다. 강변이나 도로, 공원 등 대구·경북 지역 곳곳에서 이팝나무꽃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꽃이 드문 시기에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 거리나 군락지가 잘 조성되면, 주민의 마음을 윤택하게 함은 물론 관광거리로도 각광받게 될 것이다. | |||
2009-04-30 08:13:18 입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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