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부끄러운 드라마 잔머리 법 기술로 버티기에 실망, 진실 고백 후 정직.염치 본보기를 | ||||||||||
일본 도쿄 골목길의 허름한 담배 가게, 한국인 교수님이 담배 한 갑을 샀다. 담배를 받아들고 300엔을 건넨 뒤 돌아서려는데 담배 가게 주인이 불렀다. “잔돈 받아 가세요.” “한 갑에 300엔 아닙니까?” “250엔입니다. 50엔 받으세요.” “왜 50엔 싸게 주십니까?” 담배 가게 주인이 대답했다. “지난번 담뱃값 인상될 때 재고가 남아 있었고 이 담배는 오르기 전에 사 뒀던 거니까 제값대로 받는 겁니다.” 이 토막 이야기에서 곧장 떠오르는 주제는 무엇인가? ‘정직’이다. 똑같이 생긴 담배에 ‘인상 전 담배’ ‘인상 후 담배’가 구분될 리도 없다. 어느 게 어느 것인지는 주인만이 안다. 증거니 물증 따위는 주인 가슴속에만 있다. 재고 담배가 쌓인 채 값이 저절로 올랐으니 오른 값대로 받으면 그만이고 물건은 똑같으니 시세대로 받았다 해도 죄 될 것 또한 없다. 그런데도 담배 가게 주인은 캐묻지도 않았는데 인상 전에 사둔 담배라며 이익을 스스로 내놓았다. 물증 타령하는 노무현 씨가 되새겨야 할 ‘정직’의 일화다. 두 번째 실화, 도쿄 우에노 역 앞에서 한 관광객이 택시를 세웠다. 목적지까지 대충 요금이 얼마쯤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2천800엔쯤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승차했다. 차도 크게 안 밀린 것 같은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생각보다 먼 느낌이 들었다. “아직 많이 남았습니까?” “다 와 가는 것 같은데….” 이윽고 차가 멈추고 미터기를 봤다. 4천100엔. “이 양반 2천800엔 될 거라더니”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냥 5천엔짜리를 건네고 잔돈 900엔 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일, 운전기사가 건넨 잔돈은 900엔이 아닌 2천200엔이었다. “손님 미안합니다. 제 예측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가 던지는 주제는 무엇인가? ‘염치’와 ‘신뢰’다. 미터기가 4천100엔이었으니 900엔만 내줘도 그만이다. 택시비는 미터기가 증거고 물증이지 2천800엔 될 거라고 말로 한 것은 소용없다고 하면 할 말 없다. 그래도 일본 택시기사는 물증(미터기)보다는 손님과 주고받은 ‘말’을 더 존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양심이 법률적 증거 따위를 따지는 잔머리 ‘法(법) 기술’보다 더 순수하고 높은 가치임을 도쿄의 택시기사는 알고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은 모르거나 모른 체한 셈이다. 노 씨가 모르는 것은 또 더 있다. “국가 원수가 썩으면 세 가지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한 일본 전 총리 오카타의 충고다. 세 가지란 ‘돈’ ‘사람’ ‘국민의 얼굴’이다. 첫째 ‘돈’. 권력과 직권으로 돈을 원하는 대로 얻고 쓸 수 있게 되면 어느새 돈의 가치에 둔해진다고 했다. 몇십만 달러가 자식 계좌로 들어갔음에도 진실을 고백하는 ‘정직’이나 ‘염치’ 대신 ‘뇌물’을 ‘우호적 도움’이라 우기는 것이 바로 돈에 어두워진 증거다. 둘째는 ‘사람’. 人(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아첨만 듣고 직언을 듣지 못해 망하는 경우다. 억대 시계에 돈 받아먹은 부패한 대통령에게 ‘파이팅!’ 하고 떠드는 아첨배들이 봉하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한 노 씨 눈에는 자신의 부끄러운 정체를 일깨우고 진실 고백을 충고하는 진정한 ‘사람’은 보일 리 없다. 그런 착각이 ‘아니다, 모른다’로 버티게 만드는 나쁜 격려로 악용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의 얼굴’. 독선과 자만으로 국민의 얼굴 뒤에 숨은, 진실 고백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과 생각이 안 보이니 법 기술로 버티면 되리라는 오만이 나오는 것이다. 내일은 어린이날. 정직과 염치, 겸손 같은 교육적 가치와 감동을 본보고 배우게 해줘야 할 날에 부정직, 몰염치의 ‘부패 드라마’나 보여주고 있는 어른들의 자화상이 부끄럽다. 노 측은 잔머리 법 기술을 버리고 오직 진실 고백을 통해 민심의 용서를 얻어내라. 그 길만이 나라 체면과 자신을 살리는 길이고 아이들에겐 정직과 염치를 가르치는 길이다. 金 廷 吉(명예주필)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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