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눈물, 긴 사랑과 용서 金추기경님을 진정 존경하는 길 사랑.용서 다짐 오래 실천하는 것 | ||||||||||
눈물을 지닌 인간은 그래서 참 착하고 따뜻한 靈長(영장)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참회의 눈물이 마르면 곧바로 그 눈물이 흐를 동안 다졌던 회한과 각오도 함께 잊어버립니다.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던 굳은 각오도 어느새 아침이슬처럼 내 마음도 모르게 마음 바깥으로 빠져나갑니다. 마치 뻐개질 것 같던 통증이 진통제나 마취주사 한 번에 사라지듯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表象(표상)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을 떠나보내던 지난 며칠 우리는 무척 많이들 울었습니다. 떠나신 그 큰 빈 자리를 사랑과 용서, 낮은 데로 임하신 배려와 긍휼의 정신으로 메워 주시고 가신 크신 모습에 더 많이들 울었을 것입니다. ‘사랑하십시오. 용서하십시오’, 평생을 두고 가르치고 당부하고 실천하셨던 그 말씀이었지만 마지막 또 한 번 더 당부하신 그 뜻을 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 새기고 지킬 수 있을까요? 어쩌면 벌써 눈물이 마르면서 북받치던 가슴에는 각오와 뉘우침 대신 욕망과 다툼 같은 世俗(세속)의 일이 서서히 바꿔 들어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 추기경님은 생전에 눈물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죄인임을 아는 통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눈물, 참회를 통해 나의 잘못을 용서받았다는 감사의 눈물, 하느님이 나 같은 비천한 존재도 사랑한다는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고 느꼈을 때 나오는 눈물, 이런 눈물들이 하느님이 내린 눈물의 恩賜(은사)입니다.” 눈물과 감격은 용서받을 때도 용서를 해줄 때도 흘리고 느낍니다. 당신께서는 우리가 왜 용서를 못 하고 마음에 맺힌 것을 잘 못 푸는가에 대해서도 이런 깨침을 주셨습니다. 용서를 잘 못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먼저 나 자신이 얼마나 용서받아야 될 사람인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은 별로 용서받을 만한 잘못이 없다고 자만하면 남을 용서할 수 없다 하셨습니다. 자신이 먼저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自省(자성)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용서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추기경님이 남기신 ‘용서하십시오’란 말씀은 우리 스스로 타인으로부터 용서받아야 할 잘못이 많음을 먼저 깨닫고 반성하라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남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가끔씩 정치권에 곧은 말을 하셨던 추기경님은 정치가들이 밑바닥에 사는 가난한 이들, 소외된 사람들의 눈물을 알고 사랑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추기경님 스스로도 “내가 사는 방이 조그맣고 춥다 해도 소외된 그들보다는 나은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께서 평양 교구장 서리직을 겸직하고 계실 때 “내가 평양 교구장이니 김일성 주석은 나의 ‘어린양’이 되는 셈이라 내(목자)가 양을 잘 이끌 줄 몰라서 오늘 같은(분단 대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신 말씀은 지도층에게 사랑의 책임을 말하신 것일 겁니다. 이제 이 땅에 사랑의 두 눈을 베풀고 떠나신 당신께서는 우리가 눈물 속에 다짐하고 약속한 용서와 사랑을 얼마나 오래 실천하고 지키는지를 보고 계실 것입니다. 국회 안에만도 299명 의원 중 신앙인 의원들이 237명이나 됩니다. 가톨릭신도회 65명, 국회조찬기도회(개신교) 115명, 불교正覺會(정각회) 57명. 명동성당 영결`추도미사에도 얼굴을 비쳤을 그들의 가슴속에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얼마나 오래 따뜻하게 담겨질까요? 눈물이 마르면 맹세도 잊듯 또 그렇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정치를 계속 할 것인지 하늘나라에서도 지켜보실 것입니다. 짧은 눈물 속에 약속한 사랑과 용서의 다짐, 우리 모두 길게 오래 잊지 맙시다. 그것이 하느님이 사랑하신 크신 목자,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길일 것입니다. 金 廷 吉 명예주필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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