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컬럼

MB의 경찰들

이정웅 2009. 2. 16. 22:29

삼총사와 MB의 경찰들
국가에 충성한 청장 옷벗긴 MB, 온갖 외풍서 총사대 감싸준 佛王
 
 
 
듀마의 명작소설 ‘삼총사’의 매력은 무엇일까? 수십 차례 영화로 리메이크돼도 변함없이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매력은 드라마틱한 劇(극)의 反轉(반전)이나 현란한 칼싸움 액션에만 있지 않다. 그런 오락적 요소보다는 작품 밑바닥에 흐르는 국가와 왕, 그리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銃士(총사)들이 보여준 ‘충성’스런 公共(공공)에 대한 헌신이 매력의 포인트다.

반대파 政敵(정적)들의 정치 공세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왕이 믿을 수 있는 공조직은 오직 銃士隊(총사대)뿐, 외롭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전하던 왕은 어느 날 삼총사란 영웅들이 왕의 반대파 부하들의 도발적 폭력을 응징, 혼내면서 논란이 일자 정적을 무마시키려 겉으론 짐짓 삼총사를 질책한다. 그러나 뒤로 따로 불러다가 요즘 말로 금일봉을 하사한다. ‘잘했어!’ 하고 격려하고 다독거린 셈이다. 나라와 왕을 옹위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삼총사들이 더욱더 충성을 맹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殺身(살신)의 충성심으로 온갖 난관을 견디고 돌파하며 끝까지 국가와 왕의 法治權(법치권)을 지켜낸다. 당대 최고 검객의 칼 솜씨보다 그들이 보인 公共의 충성심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고 격려한 지도자(왕)의 리더십, 그게 바로 소설 삼총사의 진면목이다.

MB의 총사 격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끝내 밀려났다. ‘도의적 책임’이란 이유를 달았다. 서울경찰청장이라면 한 국가의 首都(수도)를 지키는 치안 책임자, 삼총사 소설로 치면 총사대장쯤 되는 자리다. 본란의 결론적 주장은 MB가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어떤 외풍이 불었어도 끝까지 총사 대장을 지켜야 했다. 국가 검찰이 경찰에게 방화의 책임이 없음을 공식 확인했는데도 정적들이 촛불 켜고 떠든다고 주눅 들어 잘랐다. 그것도 ‘사표를 내니 어쩔 수 없잖으냐’는 식으로 은근슬쩍 수리를 했다. 프랑스 왕처럼 불러다가 하사금은 못 주더라도 公共을 위한 충성은 내가 지켜준다는 ‘보스’다운 카리스마가 없었다.

참사로 고인이 된 사람들은 경위야 어쨌건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런 참사와 아픔을 더 이상 안 겪기 위해서라도 이번 김 내정자 경우는 더욱더 자르지 않았어야 옳았다. 그래야 법치가 선다. 그 절호의 마지막 기회를 버리고 놓쳤다. 법치와 질서와 양식이 지켜지는 똑바로 된 사회가 되면 철거민의 불공정 보상 시비 같은 것도 애당초 생겨나지 않는다. 옥상에 탑 쌓을 일도 없으며 시너 뿌리고 싸우도록 부추기는 ‘연대’ 같은 寄生(기생) 조직도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총사대처럼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 법치 국가에 대한 충성과 헌신은 격려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MB는 총사대를 버렸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법치국가를 세우는 것보다 더 챙겨야 할 더 큰 가치가 따로 있다는 얘기인가? 공공의 충성을 다한 총사대장의 사표를 받아 총사들의 사기와 권위를 떨어뜨리고서 무엇을 얻겠다는 건가?

여교사를 성폭행하고 폭행을 덮으려 또다시 폭력 행사하는 도덕성 없는 세력들의 반란이 겁나서인가? 도의적 책임을 묻는다고? 도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화염병과 시너 뿌리는 폭력시위가 도의인가. 그것을 막아야 하는 직무를 수행한 것이 도의인가? 폭력 시위를 방치해 길 가던 시민이 골프공에라도 맞았다면 그게 오히려 잘라야 할 사유다. 앞으로 봄철 되면 갖가지 시위대와 촛불부대가 나설 텐데 스스로 자신의 총사대를 氣(기) 꺾고 허수아비로 만들어 어쩔 작정인가. 백두산에서 ‘이명박 만세!’를 외쳤다는 이재오가 ‘돌아온 장고’처럼 쌍권총이라도 빼들고 촛불부대와 맞서줄 줄 아는 것인가?

총사대의 가슴속에서 충성심을 앗아가고 나면 이제 MB는 촛불부대 앞에 벌거벗은 채 혼자 방패 들고 나서야 한다. 스파르타 군대의 ‘300 용사’ 같은 부하들을 ‘도의적 이유’ 따위로 못 본 체 버렸으니 이제 군대 아니고는 더 이상 그의 옆에 서줄 충직한 삼총사와 총사대는 없다…. 얻어맞고 화상 입고 목 잘리고, MB의 경찰들, 참 속도 넓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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