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매아미 맵다 하고

이정웅 2009. 8. 8. 16:28

 ...
 
   매아미 맵다 하고

                             이 정 신

          매아미 맵다 하고 쓰르라미 쓰다하네

          산채(山菜)를 맵다더냐 박주(薄酒)를 쓰다더냐

          우리는 초야(草野)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여름은 매미와 쓰르라미가 자지러지게 우는 계절이다. 그런 매미 소리, 쓰르라미 소리 듣고 싶어서 사람들은 '휴가'라는 이름을 붙여 도시를 뛰쳐나간다. 이 작품은 '매암 매암' '쓰르람 쓰르람'이라는 의성어를 '맵다' '쓰다'라는 미각의 언어로 바꾸어 듣는 화자의 재치가 돋보인다. 초장이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네' 로 전하는 책도 있다.

'매미'는 누구나 잘 알지만 '쓰르라미'하면 '쓸쓸'이라는 말이 연상되고 가을 분위기가 느껴져 가을 풀벌레쯤으로 여기기 쉬운데 '쓰르라미'도 매미다. 참매미와 비슷한데 몸집이 작다. 주로 저녁에 풀밭에서 울기 때문에 저녁 매미로 불리기도 한다. 여름 저녁에 풀밭에 앉아보면 매미와 쓰르라미가 울어대는 행복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중장에 '산채'와 '박주'라는 한자어가 나오는데 이는 '산나물'이고 '막걸리'다. '박주'는 변변치 못한 술을 낮추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어 산나물 막걸리가 천대를 받다가 근년에 이르러 웰빙 바람이 불면서 산나물에 비길 반찬이 없어지고, 막걸리도 한류의 대열에 들어서 외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종장의 '초야'는 시골의 궁벽한 곳을 가리킨다. 시조에 등장하는 초야의 의미는 벼슬을 하지 않고 시골에 사는 것을 말한다. 애초에 벼슬에 나서지 않은 선비도 있긴 했지만 주로 벼슬을 하다가 그만 둘 경우 '초야에 묻힌다'거나 '낙향한다'고 했다. 이정신(李廷藎)의 작품인데 그의 생몰연대는 밝혀지지 않고, 조선 영조 때 가인(歌人)으로 벼슬로는 현감을 지냈다. 가인답게 남긴 시조가 13수다.  

'매미는 맵다 울고, 쓰르라미는 쓰다고 운다. 산나물을 맵다고 하느냐, 텁텁한 막걸리를 쓰다고 하느냐, 우리는 궁벽한 초야에 묻혀 살기 때문에 그것들이 매운지 쓴지 모르고 달게 먹으며 살고 있다'로 풀 수 있다. 세속적인 고락을 초월하여 소박한 삶을 즐기는 한 가인의 삶을 노래한 것이지만, 행간에 초야에 묻힌 삶의 맵고 씀이 묻어있음을 지나치기 어렵다. 맵고 쓰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