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사랑이 어떻더니

이정웅 2009. 10. 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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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더니

무명씨

 

사랑이 어떻더니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밟고 남아 자힐러냐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사랑이 어떠하더냐? 둥글더냐? 모가 나 있더냐? / 길더냐? 짜르더냐? 한 발 두 발 하고 밟아 재고도 남아, 한 자 두 자 하고 자로 재겠더냐? / 아주 긴 줄은 모르겠지만, 어디가 끝인지는 몰라라”로 풀린다. 종장의 ‘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큼을 강조하는 말로 ‘아주’, ‘몹시’의 뜻을 갖는 부사며, 가볍게 소리 내는 감탄사이기도 한데 절묘하게 앉았다.

『병와가곡집』엔 이명한(李明漢),『청구영언』가람본엔 송윤(松尹)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작자를 단정할 수 없어 무명씨 작으로 분류된다. 이 작품을 담고 있는 가집이 16군데나 되는 데, 작자가 밝혀진 곳은 두 곳 뿐이기 때문이다. 작자가 분명하지 않은데도 많은 가집에 수록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객들에게 무척 사랑받은 작품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사랑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작품이 주는 재미와 말 맛,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 와서 한평생을 살다가는 사람들이 사랑이 정말 무엇일까?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 있겠는가. 누구라도 사랑 때문에 울어봤을 것이고, 서러워하기도 했을 터, 심지어는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은 일도 없지 않았을지니, 그 누가 사랑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으랴. 인류의 영원한 궁금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사랑에 대해서 여러 질문을 던져놓고 종장에 가서는 긴 것 같지는 않지만 끝간 데를 모른다고 능청떠는 것을 보면 보통 수작이 아니다. 자문자답의 시상 전개 형식도 이채롭다. 길거나 짧다고 단정하지 않고 알듯 모를 듯한 말로 마무리 짓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시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묻고 묻고 또 묻다가, 결국은 분명한 답은 던지지 않고 끝간 데를 모른다고 하며 사랑을 더한 신비(神秘)에 묻어놓는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은 한없이 둥글기만 한 것 같다가도, 모가 난 구석이 있고, 그게 짧다니, 길다니 하는 말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 사랑은 지금 둥근가? 모가 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그런 생각해보기에 좋은 날일 것 같다.

문무학 시조시인 · 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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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