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대한민국을 암살’하는 자들 | ||||||||||
1932년 3월 열차 저격 이후 13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히틀러 암살 기도는 횟수가 42회나 되다 보니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독약을 뿜어내게 만든 꽃다발이나 만년필 증정, 연설이 예정된 맥주홀 기둥 속에 장치한 시한폭탄(당시 폭탄은 맞춰진 시간에 폭발했으나 연설이 예정보다 1시간 일찍 시작된 바람에 암살은 실패했다), 전용비행기에 브랜디 선물 상자로 위장해 실은 폭탄(이것 역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기압이 바뀌어 뇌관이 작동하지 않아 불발됐다), 그 뒤 코트 속에 폭약을 품고 다가간 육군 대령의 자폭 암살 계획과 히틀러 벙커의 환기통 구멍으로 독가스를 주입하려던 가스 암살까지 다 실패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히틀러는 암살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神)이 지켜주시는 불사신(不死身)이다.’ 대범하다기보다는 운명과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자만(自慢)이 넘친 말이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도 자신의 차량을 폭파시키려 한 암살이 실패하자 ‘좋지 않은 취미의 장난이군!’ 하고 받아넘겼다. 지난주 우리 정치 마당에도 대통령의 암살범 얘기로 말씨름이 꼬리를 이었다. 면도칼 암살 미수 직후 ‘대전은요?’라고 말했었던 여걸 박근혜 의원에게 ‘저도 지난 대선 때 권총 협박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범인을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시비의 발단이었다. 그 말이 ‘협박 편지쯤 권총 협박에 비하면 별것 아니니 나처럼 대범하게 넘기시지요’라는 대범함을 과시하며 빗댄 말인지 반대로 ‘정치하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니 괘념치 말라’는 덕담으로 한 말이었는지 속뜻을 알 수는 없다. 어느 쪽이든 뒤엉켜 치고받는 암살 말꼬리 시비를 보면서 정작 우리가 날을 세우고 따져야 할 암살 논란의 표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지금 한국사회 각 계층, 구석에서 총칼 대신 좌파적 이념이나 파괴적 조직으로 무장하여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기맥(氣脈)을 끊으려는 세력과, 자만으로 국익을 해치는 신권력의 독선들이 표적이라는 뜻이다. 암살이란, 말 그대로 어둠 속에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총칼 등으로 무장하여 생명과 정의, 선(善), 공익(공동체의 이익)을 빼앗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뿐 아니라 바르지 못한 의식과 음모로 국가 사회가 쌓아가는 국익과 공익을 갉아먹고 서서히 소멸시켜 없애는 것도 광의(廣義)의 암살로 볼 수 있다. 교실에서 총칼 대신 나쁜 이념으로 틀린 역사와 가치를 주입시키는 것도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병 들여 죽이는 것이요, 불법 파업으로 제때 열차를 못 타 대학에 떨어진 우수한 입시생의 희망과 꿈을 앗아가는 것도 정신적으로는 죽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좌파적 성향의 이해하기 힘든 판결들을 내놓는 극소수 사법부 판사들도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법정신과 보편적 가치를 휘저어 참 정의를 죽이는 독선은 아닌지 자성해 봐야 한다. 이상한 위원회를 난립시켜 젊은 의경들을 화염병으로 불태워 죽인 자들을 민주 인사로 둔갑시킨 것 또한 애국과 충성심의 가치를 황폐화시키고 말살하려는 ‘정신적 암살 기도’라 볼 수 있다. 친박`야당`청와대 간의 암살 협박 말꼬리 싸움은 그래서 표적이 빗나간 허튼 싸움이다. 진짜 싸우고 겨눠야 할 표적은 지난날 삐뚤게 박은 대못처럼 비틀린 이념과 조직을 무기로 망국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려 드는 ‘국가 암살’ ‘위협’ 세력, 그리고 갈등 조정 미숙으로 국론을 소진시키는 독선들이다. 정적을 표적 삼는 작은 싸움 대신, 경제와 사회 정의를 흔들고 갈등을 불 지핌으로써 국력을 쇠잔시켜, 서서히 망국의 길로 몰아가는 ‘대한민국 암살범’들을 표적으로 싸워야 한다. 金 廷 吉 명예주필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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