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건강한 도시 대구

이정웅 2010. 1. 12. 19:48

2010년 신상품! 건강한 도시 대구
 
 
 
새해가 되면 건강한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금연, 다이어트 등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준비하는 대구는 2010년 한 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건강한 나라 하면 일본이 떠오른다. 필자는 일본과 한국의 대학생들이 환경을 주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일본 학생들이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과 같은 간단한 운동을 한다는 점과 식사량이 비교적 많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다른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식사와 운동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인은 건강한 민족이고 장수하는 민족(지난해 발표에서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가 4만 명을 넘었다)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장수 나라'의 이미지로 일본인이 먹는 음식을 비롯한 생활 습관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국민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축복인데 건강하게 만들어 준 요소들이 수출까지 되니 금상첨화다.

그러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대구는 어떤가? 대구시는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늘리고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라! 페놀 사태 이후로 오염된 물이 흐르고, 분지라는 지형 특성상 공기도 좋지 않으리라는 예측과 '폭염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다. 기왕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는 지역이라면 건강한 도시의 이미지가 더 좋지 않겠는가? 대구 시민들은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적고 그로 인한 혈관성 질환(중풍, 심장병 등)의 발병률도 낮고 장수한다더라! 이런 이미지를 가지면 대구시민의 생활습관이 저절로 팔려나가지 않을까? 대구시민이 먹는 음식, 입는 옷, 자주 가는 공원…. 이 모든 것들이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면 물론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지역을 상품화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대구시는 기업의 유치뿐만 아니라 '건강 도시'로서의 대구를 위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병행해 주길 요청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혜를 모은다면 가능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

그 한 사례로 지금 필자가 일하는 단체에서 진행 중인 재미난 실험을 소개하겠다. 실험의 주제는 ‘과연 지구를 생각하는 식습관이 우리 몸도 건강하게 할까?’이다. 우선 지구를 생각하는 식습관은 현미밥, 채식을 의미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이 자동차 이용보다 육식으로 인해 더 심각하다. 가령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후 점심으로 고기를 먹는다면 자동차를 타고 채식을 하는 사람보다 탄소 배출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분명히 채식을 하는 것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 또한, 현미밥은 고혈압 및 당뇨병에 좋을 뿐 아니라 흰 쌀밥보다 몸에 맞는 영양 성분이 훨씬 많은 건강식이다.

많은 이들이 채식으론 단백질 섭취 부족을 비롯해 영양상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60여 일이 지난 지금 참가자들 중 과체중이던 참가자들의 살이 자연스럽게 빠지기 시작했고 생활이 건강해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참가자들이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건강하더라.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가기 위해, 건강한 도시를 위한 시민적 논의를 확대하고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어떨까? 대구 시민이 다 함께 동의하고 참여하는 그런 일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시민의 건강을 위해 관공서나 학교 급식부터 현미밥을 제공합시다. 그리고 기업 구내식당이나 일반 음식점으로도 확대해 갑시다. 건강을 위해 공기를 맑게 합시다. 그러기 위해 자가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봅시다.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해 대구경북이 연대해 봅시다. 우리 마을이 앞장서서 건강 시범마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게요! 아토피 없는 학교도 한번 만들어 봐요!" 벌써부터 시민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첨단은 가장 단순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반도체가 그렇지 않은가! 2010년 기본기를 갖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되길 기원해 본다.

안재홍 대구녹색 소비자 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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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1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