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세종시, 대한민국 그리고 대구

이정웅 2010. 1. 22. 19:09

세종시, 대한민국 그리고 대구
 
 
 
대구는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다. 그런 만큼 대구·경북의 경제는 늘 큰 관심사다. 고향 발전을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종시와 관련한 논란을 보면 안타깝다. 세종시 때문에 대구·경북이 결딴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정부는 세종시를 과학기술이 교육·문화와 어우러진 첨단 경제도시로 건설하고자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핵심으로 산업지구와 교육단지를 만들어 우리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미래형 경제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극심한 국정 난맥상과 국가경쟁력 훼손을 초래하는 기존 계획을 바꾸는 것이다. 또 10만명의 주민도 살기 어려운 기형도시를 만들면서 균형발전이 될 것이라고 우기는 일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세종시는 물론,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일이다.

고심 끝에 나온 세종시 발전 방안이 대구·경북 등 타지역을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토 중심부에 과학 비즈니스벨트의 거점을 두고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성장 거점과 네트워크를 맺어 함께 발전시키려는 전략이다. 세종시 바로잡기는 국익과 함께 다른 지방의 이익에도 합치된다.

다른 지역의 기업을 빼간 적도, 타지역으로 가기로 한 기업을 빼돌린 적도 없다. 오히려 재작년부터 추진했던 외국 의료 투자자 유치를 중단시켜 세종시가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경합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세종시 때문에 다른 지방이 죽는다는 것은 지역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속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업에 원형지를 제공하는 정책을 두고도 헐값이다, 특혜다, 혈세 퍼주기다, 갖은 왜곡을 일삼는다. 세종시의 원형지 3.3㎡당 40만원이라는 가격은 부지 조성이 전혀 안 된 상태이므로 헐값이 아니다. 앞으로 들어갈 도로, 부지 공사비를 합하면 결국 인근 산업단지와 비슷한 3.3㎡당 80만원 수준일 뿐이다.

세종시 땅값은 사업자인 토지주택공사가 적자 나지 않도록 설계하여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일은 결코 없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산업·과학·대학 용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 대신, 주거·상업 용지는 원가 이상으로 공급하여 전체적으로 수지를 맞추게 된다. 이런 이치는 어느 나라, 어떤 지역 개발사업이라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에 진출했을 때 무려 700만㎡(210만평)의 땅을 무상으로 받고 20년간 세금도 면제받았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일자리 만들기, 기업 유치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을 특혜라고 할 수 있겠나?

물론 대구·경북의 박탈감,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세월 수도권 위주의 발전도 사실이다. 또한 지난 정권의 선심성 나눠주기 정책이 빚은, 하나의 떡을 두고 지방끼리 싸우게 만드는 소아적 상황이 소외감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정치·경제의 본향이다. 대구마저 이런 소아적 발상에 얽매여 타지방과 다투게 만드는 것은 표를 위한 정치권의 단견일 뿐이다.

대구는 2007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다. 동남권 성장거점으로 발돋움할 충분한 기반이 마련됐다. 이러한 토대 위에 알찬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대구의 노력을 지지하며 전폭 지원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땅값이다. 지금처럼 혁신도시의 산업용지를 비싼 가격으로 매긴다면 세종시가 아니더라도 올 기업이 있겠는가? 정부는 혁신도시에도 원형지 제도를 도입해서 산업용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세종시가 아니다. 세종시 땅값을 올려 공멸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세종시 패러다임을 적용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제 우리 고향 분들이 중앙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구가 힘차게 도약하도록 현안을 챙길 때다. 대구와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서로 상생하는 길로 함께 가야 한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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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1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