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3년 만에 밝힌 만첩홍도의 진실

이정웅 2010. 4. 23. 22:10

 

 만첩홍도의  꽃봉오리

 꽃이 달린 가지 (신천에스파스)

 만첩홍도의 어미나무(서구 내당동 소재 감삼공원)

 

3년 만에 밝힌 만첩홍도의 진실

 

서구 내당동 감삼공원에는 오래된 만첩홍도(萬疊紅桃) 2그루가 있다. 오늘도 (4월 23일) 꽃이 활짝 피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10년도 더 지난 해 대구수목원을 조성할 때였다. 꽃이 하도 예뻐서 이를 수목원에 심어보기 위해 씨앗을 주워 양묘(養苗) 담당자에게 파종하도록 했다. 미국산딸나무나 무궁화 등 일부 꽃나무들은 실생묘를 심을 경우 퇴화(退化)하여 꽃이 어미나무보다 못한데 만약 실패할 경우 매화나 다른 나무의 대목(臺木)으로 활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수고해도 크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시장(市長)이 바뀌면서 큰 나무보다 작은 나무를 심도록 했다. 자리를 옮겨 과장으로 있던 나는 시장의 지시사항을 받들기 위해 수목원 묘포(苗圃) 장을 찾았다. 활용할 나무들이 있으면 구·군이나 사업소에 배정해 외부에서 사 쓰는 비용을 줄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방촌묘포장을 방문했더니 만첩홍도가 알맞게 자라 꽃망울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갑기도 하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꽃이 모수(母樹)를 빼닮은 듯이 아름다워 허튼 일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 후 푸른 대구에 관한 책을 내면서 이 짧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랑삼아 썼었다. 그런데 이 나무를 두고 어떤 분이 수목원의 담당자가 의뢰해 자기가 직접 접(接)을 붙여준 나무라고 했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내가 공개적으로 엉터리이야기를 해 여러 사람을 속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나무도 여느 나무와 같이 실생묘를 심으면 꽃이 퇴화되는 것인데 내가 거짓말을 했고 그렇다면 그동안 나를 신뢰해 준 많은 분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아니하고 함부로 글을 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 후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으로부터 청소년생태학습장을 만드는데 도와 달라고 하여 일을 하게 되면서 그 해 봄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 중 하나가 만첩홍도의 씨를 받아 심는 일이었다. 5개를 주워 포지 한 구석에 심어 두었다.

이듬 해 3개가 발아되었으나 관리부실로 2그루는 죽고 1그루만 남았다. 애지중지 보호했다. 3년째가 되는 올해 드디어 꽃을 피웠다. 어미나무보다 오히려 더 화려한 것 같았다. 나의 주장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다. 그래도 기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