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정권 창출의 주역답게 당당히 나서라

이정웅 2010. 7. 11. 18:14

정권 창출의 주역답게 당당히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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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회 파문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부의 주장처럼 정부 조직이나 법적 기구가 아닌 사조직과 일부 인사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면 우리 정치가 절대권력의 독재시절로 되돌아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영포회 논란이 확산되자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외곽 조직으로 활동했던 선진국민연대 관련 단체들의 해체를 지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사조직 논란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사조직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영포회 파문에서 드러난 여권 내부의 권력 다툼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내부와 한나라당에서 박영준 차장을 막아달라는 제보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을 놓고 여권 내부와 정권 실세들끼리 다투고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자들의 토론회에서는 ‘이씨 집 하인, 박씨 집 종’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여권이 계파로 나뉘어 서로 권력을 쥐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이 없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여권의 화두는 소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친이친박으로 나뉜 채 권력을 다투는 일에만 열중한다면 소통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 삶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자리와 권리에만 몰두하고서는 집권 여당의 자격조차 의심스럽다.

영포회 파문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청와대 및 내각의 교체와 맞물려 불똥이 대구경북 인사들에게 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각종 인사에서 약진한 대구경북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인사들이 특혜를 받았다면 시련도 피할 수 없다. 공직은 지연과 학연으로 나눠 가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 창출주역으로서 제 역할을 맡았다면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매도당할 까닭도 없다.

영포회 논란은 TK 정치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정권 창출의 주역답게 여권의 잘못된 관행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자리에의 욕심을 버리고 직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잘못은 방관한 채 권력게임에만 몰두하고서는 대구경북의 내일이 암담하다. 누구 계파, 누구 라인으로 나뉘어, 계파가 아니면 지역을 향한 억측도 나 몰라라 한다면 자신들의 설자리도 없어진다. 파벌과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고서는 다음 세대에게 과거 TK가 짊어져야 했던 참담한 멍에를 물려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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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7월 10일 -